<꿈을 찾아서> 시리즈_박숙현_치유작가SUE
별똥별, 다이빙하다.
"야호! 오늘은 별자리 캠핑 가는 날! “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이 불고, 따뜻한 햇살이 알맞게 눈부신 오늘은 우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캠핑 가는 날이다. 한 달에 한 번 저녁 9시, 우리들은 특별한 외출을 했다. 천문대에서 만나 수많은 별들과 행성들에 대해 공부하고, 관찰하며 우주를 탐구했다. 그리고 1년에 딱 한 번, 바로 오늘 1박 2일 캠핑을 떠난다. 캠핑장에 가서 신나게 놀고, 드넓은 우주를 볼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가방도 내 마음처럼 점점 부풀어 올랐다. 텐트, 돗자리, 침낭, 간식, 동화책, 그림 그릴 도구, 그리고……. 뭔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엄마! 망원경 어디 있어요?"
망원경까지 넣었으니 준비 끝! 하나, 둘 천문대 앞으로 모였다. 노란 버스에 오른 우리들은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며 캠핑장에 도착했다.
은근한 숯불에 구운 맛있는 바비큐, 활활 타오르는 캠프파이어 불빛에 내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그때 어디에선가 달콤한 향기가 날아와 내 코를 간지럽혔다. 우리는 다 같이 입을 모아 "스모어쿠키!"를 외치고 한바탕 웃었다. 캠핑에서 빠질 수 없는 간식, 스모어쿠키! 맛있는 스모어쿠키를 먹다 보면 나도 모르게 "some more! some more!!"를 외쳤다. 어느새 자신의 할 일을 끝낸 캠프파이어는 요술램프의 ‘지니’처럼 연기만 남긴 채 사라졌다.
주변이 온통 캄캄해졌고 선선한 바람에 살짝 오싹해졌다. 가방 속에 있던 망원경을 꺼내 하늘을 보았다. 우주가 내 눈 속에 들어왔다. 망원경 속 동그라미는 마법처럼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갔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은하수에 첨벙 뛰어들었다가 큰 곰과 작은 곰을 만났다. "우와! 저기 성단이다!" 난 잠시 별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갔다.
'슝! 슈우우 우웅~~~~'
"어! 어! 떨어진다!!!!! 별똥별이다!" 아주 우아한 자세로 온 우주를 가르며 다이빙했다. 별똥별 꼬리를 따라 내 마음도 다이빙했다. 별똥별이 도착 한 곳에는 은빛 가루와 꽃향기가 함께 흩날렸다. '우와~ 아름답다!' 감탄하는 사이, 별똥별은 노란 나비로 변신했다.
나비, 날갯짓하다.
나비가 날갯짓을 할 때마다 세상은 금빛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어둠이 물러 난 자리에는 따스한 빛이 스며들었다.
나풀나풀 노란 나비의 날갯짓에 내 발걸음도 나풀나풀
사뿐사뿐 노란 나비의 움직임에 내 손짓도 사뿐사뿐
팔랑팔랑 노란 나비의 날갯짓에 내 마음도 팔랑팔랑
사푼사푼 노란 나비의 움직임에 내 몸짓도 사푼사푼
나비의 날갯짓에 난 잠시 꿈을 꿨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오더니 은빛가루처럼 반짝이는 눈이 내렸다. '꽃샘추위인가?' 난 옷깃을 여미며 눈 속으로 사라진 노란 나비를 찾았다. "나비야~ 노란 나비야~ 어디 있니?" 내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차가운 눈에 나비 몸이 상했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내 마음이 닿았는지 눈이 점점 멈추더니, 간질간질 민들레 씨들이 내 몸을 휘감았다. 민들레 홀씨를 따라갔다. 노오란 민들레, 개나리가 가득한 곳에 노란 나비가 잠시 쉬고 있었다. "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이, 노란 나비는 호숫가로 날아갔다.
"나도 같이 가~!" 나는 노란 나비를 따라 호숫가로 갔다. 호수 위에는 매화꽃잎, 벚꽃잎, 산수유꽃, 버드나무 잎들이 흩날려있었다. 그 사이로 은빛 별가루가 아름답게 수를 놓았다. 꽃샘추위에 얼어있는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노란 나비가 내 곁에 다가와 날개를 접고 쉬었다. 나도 잠시 쉬었다. 자연이 수놓은 호수가 내 영혼에 휴식을 주는 듯했다. 까만 밤하늘을 바라보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샛별, 내게 오다.
금빛 나비가 내 마음속에 들어와 속삭였다.
"네 꿈을 응원해!"
난 깜짝 놀라서 눈을 떴다. '아! 꿈이었구나. 나에게 꿈이 있었나?' 먹물처럼 깜깜하게 닫혀있던 내 마음에 작은 빛이 들어왔다. 금빛 나비의 날갯짓은 꿈이 많았던 나의 어린 시절로 데려갔다. 신나게 축구를 할 때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고, 악보에 맞춰 피아노를 칠 때에는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다. 그림 그리는 게 신났을 때는 화가가 되는 미래를 생각해보기도 하고, 유치원에서 멋지게 일했던 우리 엄마처럼 원감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꿈이 사라졌다. 내 생각이 세상으로 나오면 꼭 해야 될 것만 같고, 꼭 지켜야 할 것만 같아 난 더 이상 꿈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모르겠다.
깜깜한 어둠 속을 걷다가 꿈을 품었다. 언제나 사랑으로 나를 감싸주고 응원해 주는 우리 아빠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마음에 담았다. 어두웠던 세상이 차츰 밝아왔다. 신선한 새벽공기가 코끝에 스쳤다. 망원경 속 우주가 멀어져 갔다. 은빛 가루를 흩날리던 나비는 새벽녘 하늘 가장 빛나는 별이 되었다. 내 소중한 꿈이 반짝이는 샛별처럼 내 마음속에 박혔다.
푸르스름한 하늘은 어느새 청록빛,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가며 우리들의 얼굴을 비췄다. 자기만의 샛별을 새긴 우리들은 모두 행복한 표정이었다. 따사로운 햇살 샤워를 하고 싱그러운 숲 향기와 아름다운 새소리를 듬뿍 머금은 우리는 캠핑을 마무리했다.
‘다시 올게.’
‘다음에 만날 때에는 한 뼘 더 자라서 올게.’
글쓴이 전애희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다 보면 '세상 모든 게 예술이구나!' 생각이 든다. 브런치 작가로, 삶 속에서 만난 예술을 글에 담으며 행복을 쌓고 있다. 예술과 함께하는 삶은 유치원 교사(8년 차), 원감(6년 차) 경력과 만나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었다. 현재 미술관 도슨트, 수원시 초등학교에서 수원문화와 연계된 예술 수업을 하며 문화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유아동예술교육가, 독서지도사로 활동하며 끊임없이 아이들과 만나고 예술을 매개체로 소통하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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