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는 동안 많이도 헤맸다
몹시도 지쳐
몰려드는 안갯속에
가야 할 길을
묻어버리기도 했다
걸어가다 보면
독이 든 안개 한 자락 튀어나와
발뒤꿈치를 잡고 늘어졌다
끈질긴 안개는
어깨에도 내려앉아 속삭였다
그만 앉아 쉬라고
불안의 땀이 솟아났다
여기가 길이 아닌가
지금 내딛는 발걸음이
혹시 후회의 시작이 아닐까
끈적이며 달라붙는 안개를 걷어내고
한 걸음씩 내딛으며
길의 끝에서 만난 것은
나를 믿어주는 한줄기 빛
뒤돌아보니
내 모든 흔적이
길을 이루고
모든 갈림길이
하나의 길로 이어졌음을
길은 결국
나를 보듬어 주었다
모든 길은 하나로 이어지니까
걸어가는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길이란 걸
걸어왔고 또 걸어가야 할 길이라면
걸어가야지
걷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모든 길은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