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멋이없는건안해 Oct 31. 2023

우리 대표는 왕이 될 상인가?

하는 짓은 딱 중딩 같은 우리 대표 vs 초딩 같은 부대표

나는 40대다. 요즘 스타트업 씬에 창업자분들 또 주요 임원들은 나보다 나이가 어린 20대나 30대들이 훨씬 많다. 다행히(?) 현재 내가 모시고 있는 울회사 대표님 및 주요 리더십들은 나랑 한두 살 차이 나는 비슷한 연배인데 그래서일까. 나는 그들이 어느 정도 성숙한 40s라고 여겼던 것 같다. 최근 창업자들 간의 불꽃 튀는 퐈이트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울회사 창업자들은 근 20년간의 우정 + 그리고 다년간의 공동사업을 바탕으로 한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고 또 크고 작은 다툼들은 자주 있어왔기 때문에 이번 퐈이트도 곧 건설적으로 해결되어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했더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꽤 퐈이트 불꽃이 강렬했고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더니 어랏... 분위기가 꽤 심각해지는 것이 아닌가.


그간 나이 많은 아줌마이자 창업자들과는 다른 백그라운드를 갖춘 유일한 임원이라는 명목하에, 퐈이트는 절대 끼어들지 말고 조심히 관망하자는 주의였는데 이분들 더 이상 이러면 안 될 텐데... 라며 염려가 커지던 순간 때마침 이 퐈이트를 중재해 달라는 대표로부터의 공식 SOS가 들어왔고 나름의 중재를 위해 퐈이트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on1을 하다 보니 아... 이거... 딱 하는 짓들이 중딩인데 라는 머리띵한 쎄한 느낌 ... 집에서 미운 7살 유딩맘 노릇도 하기 힘든데 회사에서 성숙한 인간체인줄 알았으나 사실 알고 보니 초딩이고 중딩인 이들의 싸움까지 봐야한다니... 하앍 이러려고 내가 이 회사 입사한건 아니지 않나? 약간 현타가 올 무렵, 아 맞다! 나 명리학 배우기 시작한 여자지! 깨달음이 팍!


누가 이기는 판인지, 우리 대표가 이기는 판인지, 명리학 초짜가 창업자들의 생년월일시를 받아다가 한번 만세력에 넣어보았다. 그 결과는... 과연?

[이제부터 한두 달 초짜의 내 멋대로 해석에 근거함을 미리 말씀드리는 바임]

자자 울대표 A는 을목 = 즉 작은 나무, 부대표 B는 갑목 = 큰 나무.
오호 그래서 둘은 기본적으로 사업을 해나가며 성장하는 사람들이로구나.
나무 木이 있으니 회사 차원에서는 둘 다 필요한 사람 같은데?
싸우게 놔두면 아니 될 느낌이군.

자자 요즘 대표와 짝짜꿍이 되어서 부대표를 마구마구 챌린지하는 또 다른 창업자 C의 사주는 경금
오호라 그래서 큰 나무를 치려하는 아주 차가운 칼의 본성이 있었나 보네.
역시 온화한 미소 안에 무자비한 본성이 있는 캐릭터였어...

자자 그럼 요번에 새롭게 조인한 임원 D는 어떠려나?
아하 D는 정화 = 작은 불, 오호라 이 분이 귀인일세.
정화가 있어야 경금을 제어하면서 갑목을 또 건설적으로 만들 수 있겠어...
이 일을 해결하려면 D를 이용해 보자.


너무나 아마추어적이고 비과학적이지만, 지금 내게는 그 무엇보다도 과학적이고 이성적이고 전문적인 어프로치로 서로에게 부족하고 필요한 캐릭터를 파악하고 커뮤니케이션 판을 깔고 또 집중 케어가 필요한 갑목 금쪽이 임원은 우쭈쭈 감성케어를 해주었더니... 어머낫 정말 갈등이 봉화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런 역할은 역시 유도리가 있는 큰 물 임수인 내가 할 팔자였군.


처음에는 중재를 맡아달라는 대표의 요청에 "저는 무슨 죄죠?" 라며 현타가 빡 왔던 나였는데 아... 이렇게 갈등을 중재하며 결국 성공을 위해 지원하는 팔자로구나, 더 열심히 가열차게 지원해서 좋은 사람들인 우리 모두의 성공을 함께 이뤄내도록 해야겠다! 라며 이 갈등중재를 즐겁고 기꺼이 하고 있는 내가 아닌가 푸핫!


교수님께 우리 대표의 사주를 보여드리며 이 분 과연 몇 년 안에 왕이 될 상인가? 울대표 정말 부자가 되긴 할까요? 정답을 알려주소서!를 묻고 싶어서 시작한 명리학 공부였는데 결국 이 모든 것은 내 마음먹기 달려있군 이런 이상한 결론을 얻기 시작했다.


아... 근데 이건 내가 봐도 너무 핫빠리 수준. 더 제대로 공부를 해야 하겠다 싶은 마음이 더 커졌고 일단 이번 퐈이트를 성공적으로 중재한 것만으로 명리학 공부의 의의가 있는 것 같아서 수업을 이어나가기로 결정! 2번째 수업료를 이체했다. 좀 더 공부하면 우리 대표가 과연 왕이 될 상인지 그때는 조금 더 알게 되겠지 싶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분노와 마주할 용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