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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성 Feb 11. 2024

All Live You

  겨울날 너는 동그랗고 단단한 무언가를 갖게 될 것이다. 두 손에 담긴 그것은 차갑고 두드리면 소리가 난다. 그걸 준 사람은 “그건 참치야, 국을 끓일 때 넣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좋아.” 말한다. 치로 끝나는 애들은 대부분 바다에 산다. 너는 치로 끝나는 애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리 많이 떠올리지 못한다. 너는 밥 먹을 때 무슨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참치를 들고 집으로 간다. 참치를 선반에 정리한다. 참치가 선반에 가득한데, 소금 냄새나 죽음의 냄새는 나지 않는다. 단단한 참치의 마음을 움켜쥐어 본다. 거의 심장만 하다. 너는 어느 추운 밤 남의 살을 들고 주방에 서 있다.

  참치를 모르는 게 아닌데도 참치를 모르는 척하는 네가 있다. 참치를 검색해 본다.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무섭다. 이렇게 크고 힘이 센 생선이 떼를 지어 헤엄치는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거친 바다에 나가 참치를 잡는 일은 아주 힘들다고 들었다. 참치는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순간 죽음에 이른다. 죽은 참치를 신선하게 보관하려면 배에 냉각시설을 갖춰야 한다. 너는 약간의 추위를 느낀다.

  얼어붙은 참치를 하역한다. 해동된 참치의 뼈와 내장을 제거한다. 참치를 쪄서 살코기를 발라낸다. 이 과정에서 남은 가시를 전부 골라내야 한다. 가시는 많다. 참치를 캔에 담아 멸균처리 한다. 맛있는 참치가 캔 안에 갇혔다.

  너는 참치 몇 캔을 모아야 한 마리 참치를 만들 수 있는지 모른다. 그 많은 가시와 내장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내장 잃은 참치가 올리브유에 절여져 있다. 물론 참치를 사 오라고 말하면 너는 참치 한 캔을 사 올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참치다.

  “네가 필요해, 지금 이리로 와 줘.” 그런 전화를 받는 네가 있을 것이다. 거기에 얼마만큼의 내가 필요한 건지 너는 묻지 않는다. 너는 겨울밤을 걸어 그 사람에게 간다.

  푸른 참치가 어둠 속을 유영한다. 너는 참치캔의 날카로운 뚜껑을 생각하면 눈가가 저려온다. 너는 참치 한 캔을 다 먹고 나면 뚜껑을 눌러 캔 속으로 집어넣어 버린다. 남을 아프게 할까 봐 그랬다.

  너는 오늘 참치를 선물 받았다. 참치인 줄 알면서 이게 뭐냐며 모른 척했다. 거기에 실망 같은 건 없다. 다만 너는 참치를 활용하기에 아직 어린 사람이다. 만나면 무슨 말을 해주나, 너는 어두운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그 사람은 피와 내장을 다 뺏긴 사람처럼 슬펐다. 얼굴이 번들거린다. 울었어? 왜 울었어? 너는 우는 사람을 처음 본 사람처럼 군다. 너는 그 사람을 해동해야 한다. 너는 그 사람의 가시를 골라내야 한다. 가시는 많다. 너는 네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알려고 한다.

  너는 한 덩이 참치를 가지고 뭘 어쩌지 못하는 사람이다. 푸른 참치를 자꾸 모르는 척하는 사람이다. 단단하고 차갑고 거의 심장만 한 참치를 들고 겨울밤을 걸어 그 사람에게 가는 사람이다. 

  이쯤에서 무언가 따뜻함을 조금 추가해도 되는 거겠지만, 참치는 그냥 차갑게 먹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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