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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여름 Sep 06. 2024

예쁜 보름달을 이를테면 사랑이라고나 할까요

여름에 걸린 열감기가 끝나지 않을지라도

코로나 걸렸다가 겨우 회복한 J는, 감기 걸린 S의 컨디션을 챙기려 그 어깨 옆 가방의 무게를 재보는 시선이 분주합니다.

가방은 마냥 가볍지 않았기 때문에 J는 나누어 가고 싶어 합니다. 그 안에는 선물이라고 불리는 여행지의 다른 시공간에서 겪은 J를 향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S가 화장실에 다녀온 다음에야 들어본다는 J의 말에서 그의 자기만족을 위한 배려보다 눈앞의 상대방을 살피는 모습이 선명해집니다.



혼자서는 미술관에서 차분했던 S가 J와 함께 간 이후에는 신나서 입꼬리가 오르락내리락합니다.

필름이 돌아가던 영화보다 벽에 걸린 그림을 앞에 두고 부지런히 생각을 언어로 정의하던 S에게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일상적인 물건의 원천을 사람과 재료로 파헤쳐서 귀로 듣거나 눈으로 볼 수 있게끔 표현하는 전시였답니다.

사람을 지키기도 해하기도 하는 총은 아주 적은 양의 원료로부터 와서, 누가 왜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쓰임새는 천차만별인 듯했습니다.


그렇게 옆에 있는 J의 취향이 만들어낼 감정의 흐름을 정리해보고 싶은 자신을 발견합니다.

@소격동의 현대미술관,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다한증이 있어서 티슈로 닦아도 1분이면 다시 송글송글 차오르는 땀 덕분에 손에 영수증도 찍어봅니다. 만화 속 구름이 핀 하늘이 어깨 너머로 보이곤 합니다.


마음에 둔 이의 사소한 일상이 오가는 소소한 이야기가 편안한 저녁식사 이후에 혈당 스파이크가 튀는 걸 막아보려 한 밤산책이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만나기 전 취미라고 불리는 삶의 발명품들을 갈고닦는 시간을 들려주며 응원하고 존중하곤 합니다.


J는 S가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려고 사는 인생에 일화를 더하고 비하인드를 물어오고요,

S는 J의 취향과 흥미를 사는 내내 담는 모습이 어찌나 빛나는지 찰나의 기록(사진과 글)에 눈을 떼지 못하고 귀를 기울여볼 수밖에 없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J는 S와 함께 마음을 나누는 구간에 멈춤 버튼을 누르고 싶어 하면서 그 순간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잔잔하게 미소 짓는 S와 달리 평일의 틈새와 주말의 시작점에 온 J는 시원하게 활짝 웃어 보입니다.

S는 앞으로 이 표정을 자주 보러 가겠다는 예감이 스칩니다.


저는 여러분이 소중한 이와 약속한 날을 기다리다 못해 평일밤을 주말로 만드는 연락이 오갔던 이야기도 무척이나 듣고 싶어 지곤 합니다.

Let's make tonight the weekend
I don't wanna wait × 3
Got no reason not to celebrate
I just don't wanna wait

- David Guetta & OneRepublic, I don't wanna wa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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