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문 Jul 05. 2024

돌풍-끝까지 반전을 거듭한다











대한민국에서 두번째 노벨상을 받은 장일준 대통령이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킨다. 국정공백을 메우는 건 총리인 박동호. 하지만 경제부총리 정수진은 박동호를 견제하고 둘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대한민국은 아수라장이 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은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만 하는 중독성 강한 시리즈다. 80년대 스타였던 김희애와 김미숙이 연기의 한 축을 이루고 나머지는 설경구가 종횡무진 절정고수의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김희애와 설경구의 권력투쟁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엎치락뒤치락하는데 그 횟수가 너무 많아지면서 다소 피로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장일준 대통령은 민주화의 영웅이다. 그 후계자인 박동호와 정수진은 어떤 면에서는 같은 방향을 추구하지만 결벽적인 박동호는 변절하는 민주정권의 허위를 견딜 수 없다. 하지만 그 역시 방법론적으로는 점점 타협의 범위를 벗어난다. 한때의 동지가 원수가 되는 비정한 세계. 그것이 정치였다.



드라마는 대한민국의 현대 정치사를 아우르는 메타포로 점철돼 있다. 이런 드라마는 통상 대선의 승리로 방점을 찍어 왔는데 <돌풍>에서는 대선성공이 그저 시작일 뿐이다. 가장 이성적인 박동호의 친구의 대사는 일침을 가한다.



"세상을 더럽히는 자들보다 세상의 변화를 자기 생애에 마무리하려는 자들이 더 위험해."



결국 운동권출신 정치인의 서사를 통해 진보 좌파 역시 도덕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자칫 그들의 이상과 순수한 신념까지 폄하하는 듯한 전개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본다. 아무튼 진영을 가리지 않고 까는 모두까기의 신공을 선보이다 보니 과연 누가 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정수진 총리가 나중에 노총위원장에게 "건물하나 드릴테니 노동에서 해방되실 거에요"라는 대사는 너무 경박하다. 그런점에서 이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민주화 운동은 뼈대도 없이 하나의 이미지만 보여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 한가지, 드라마에서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정치적 술수가 동원되는데 모방범죄가 성립되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이다.  그렇게 설경구와 김희애가 죽도록 싸우는 드라마, 그것이 <돌풍>이다.



김희애는 오랜만에 정말 강렬한 캐릭터로 자신의 장르적 역량을 극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설경구는 새로운 모험이라기 보다는 드라마라는 긴 호흡에서도 본인의 역할을 잘 감당했다. 설경구의 피곤한 눈에서 생기는 쌍꺼풀이 나오면 그의 선한 모습이 배가되는데 반면 콧잔등을 움찔거리며 분노하는 장면은 살벌하다. 기타 인상적인 대사들.



"서초동에서 여의도 오는데 와 이리 오래 걸렸노.."


"바뀐 건 세상이 아니라 권력을 잡은 자인 걸 몰랐다."


"과거를 숨기는 자가 약속하는 미래를 믿을 수 있을까?"


"당신이 만드는 미래가 역사가 되면 안되니까."



정치적 대의가 사적 복수로 전락하는 최고 공권력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희망을 가리우는 어둠이었다.


극적인 전개를 주로 휴대폰에 의존하는 편의주의와 입체적이지 못한 캐릭터 설정은 아쉬웠다. 그저 설경구의 비서 정연과 김희애의 비서 만길이가 열일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존 오브 인터레스트 - 담장너머 지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