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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언 Jun 11. 2024

'굳이' 필요한 사람

물처럼 맑고 투명하여 휘발되지 않는 문장


'굳이' 있어야 하나 싶은,

'굳이' 필요한가,

'굳이' 불러야 하나,

'굳이' 읽어야 할까,


굳이

굳이…

굳이??


'굳이' 라는 부사를 달고 다니는 사람


'굳이' 그 사람 필요한가요?


긍정의 대답을 기다리며

나를 따라다니는 '굳이'를 피해 도망 다녔다


'그럴듯한 사람'

'충분히 괜찮은 사람'

'꼭 필요한 사람'

'도움이 되는 사람'

'쓸모 있는 사람' 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막다른 벽 앞에 놓여

이름 앞에 붙는 굳이를 허락하고 만다


.

.

.


하지만 나는,

기어이 그 모든 물음표를 마침표로 바꿔 놓았다


'굳이' 있어야 하는 사람

'굳이' 필요한 사람

'굳이' 불러야 하는 사람

'굳이' 읽어야 하는 문장


누가 뭐래도,

어떤 쓸모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


얼마나 무능하고 무력하든,

열등하고 한심하든 간에

'굳이', '굳이' 있어야 하는 사람


존재 앞에 붙은 의문을

물음표로 남겨두지 않는 사람


누가 대답하려 하기 전에

말을 가로채며

자신으로 하여금 긍정하는 사람


응,

나는 '굳이' 필요한 사람이야


나는 아직도 나에 대해 모르는 게 아주 많다

그러니 심판하기에 이르지 않은 순간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

'굳이' 나는 있어야 하는 사람인가?


존재 앞에 붙은 의문을

물음표로 남겨두지 마세요


누가 그렇다고 말해주기 전에

먼저 자신으로 하여금 대답해주세요


응,

나는 '굳이' 필요한 사람이야


당신은 아직 당신에 대해 모르는 게 많습니다


칼을 내려 놓으세요

심판하기에 이르지 않은 순간은 없습니다


더 많은 이해와 연민, 자비만이 당신을

진짜 자신에게로 인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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