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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언 Nov 09. 2024

자기 애무

자신을 사랑하는 50가지 방법


몸의 감각이 죽어 있었다는 걸 느꼈다. 문득 나의 몸을 한번도 애무해 본 적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옷을 다 벗고 천천히 나의 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손끝에 힘을 빼고 마치 다른 사람의 몸을 대하듯 만졌다. 그리고 만져졌다.


누구도 나의 몸을 이토록 정성스럽게 만져준 적이 없었다. 점점 더 힘이 풀리고 몸 속에 머무르는 게 편안하게 느껴졌다. 몸의 감각이 되살아 나고 있었다. 또한 나의 몸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관념적인 아름다움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아름다울 자유를 구했다. 사랑받는 몸은 고유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천천히, 지긋이 어루만지며 기준들을 하나씩 벗겨낸다.


자신의 몸을 애무해 본 적 있니. 깃털 같은 손끝으로 나체를 어루만지네, 사랑받는 몸은 고유한 아름다움을 드러내지. 고마워, 고마워, 사랑해, 미안해, 손길을 통해 말을 건네네. 자신으로 하여금 만지면서, 만져지는 시간이야. ‘나는 나야, 그러니까 충분해.’ 서서히 힘을 빼며 모든 기준들을 놓아주는 거야. ‘이건 내 몸이야, 그러니까 소중하고 아름다워.’ 세상이 너의 몸을 애무해 주기를 기다리지 말아. 외롭게 두지 마, 아름다워지기 전에 아름다우렴. 아름다워지기 전에 아름다우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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