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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일라 Feb 09. 2024

심즈와 함께하는 미국 여행

지난 미국 여행을 추억하며-3

어렸을 때 나는 심즈(The Sims) 게임을 열심히 했었다. 그때는 심즈를 CD 게임으로만 할 수 있었다. 확장팩이 새로 출시되면 생일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곤 부모님이 생일 선물 뭐 사주냐고 물으시면 잽싸게 심즈 CD를 사달라고 했었다.


심즈(The Sims)는 사람을 키우는 게임이다. 심즈 게임의 사람은 심(Sim)이라고 부르는데, 심을 직접 만들 수도 있고 내가 만든 심이 사는 집도 만들고 꾸밀 수 있다.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핵심은 심의 일생을 키우는 것이다. 심은 아기로 태어나서 학생이 되었다가 어른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노인이 된다. 이 모든 과정에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참여할 수도 있지만 게임 내에서 자동으로 아기가 태어나게 한다던지 노인이 죽음을 맞게 되는 등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즉, 플레이어는 우리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잠 자기, 세수하기, 요리하기, 청소하기 등 다양한 활동들을 지시하며 심을 키울 수 있고 지시를 하지 않으면 그 일련의 과정들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데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다 보면 심이 나이를 먹으며 모습이 변한다.



심즈를 좋아하던 나는 다음(daum)에 있던 심즈 카페에 가입해 정보를 찾아가며 게임을 했었다. 카페에는 다른 사람들이 만든 집의 외관과 내부 사진들이 있었다. 창의적이고 멋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꾸몄을까? 나도 따라 만들어보고 싶어서 카페를 자주 들어갔었다. 항상 집을 정말 잘 만든다고 생각했었던 분께 메일로 칭찬하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했었다. 그 정도로 많이 좋아했고 오래 했던 게임이다.


심즈는 미국 맥시스(Maxis) 회사에서 만든 게임이다. 그러니 아무래도 미국의 모습이 배경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열심히 하던 그 당시에는 심즈 세계의 모습이 미국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





시간이 흘러 미국 샌디에고를 여행할 때였다. 발보아 공원에서 시내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미국의 스쿨버스가 보였다. 그 순간, 갑자기 신이 나기 시작했다.


미국 스쿨버스. 이게 게임 속인가 현실인가.


심즈에서는 심(Sim)이 아기에서 어린이로 성장하면 그때부터 노란색 스쿨버스가 아침 시간에 집 앞에 나타나서 아이들을 태우고 사라진다. 아이들이 학교를 갔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아이들의 일과를 지시할 수가 없다. 오후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하교를 하고 집에 다시 나타난다. 그때부터 다시 아이들의 일과를 지시할 수가 있다.


아이들을 태우고 사라지던 그 노란색 스쿨버스가 내 눈앞에 나타난 거다. 진짜로 이렇게 생겼구나! 미국 학생들은 진짜로 노란 버스를 타고 다니는구나.

그렇게 열심히 하던 심즈의 세계에 내가 와 있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화면으로만 보던 모습을 실제로 보니 벅차기도 했다.


미국 여행 전까지는 미국이 심즈의 세상이라는 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어떤 일이든 기대가 없으면 더 크게 와닿고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생각하지 못했던 어릴 적 향수가 밀려오면서 더 신나고 흥분하게 되었다. 내가 어렴풋이 봤던 세상을 실제로 보게 되는 경험을 살면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이런 기회를 가지게 되어 감사했다.


스쿨버스를 발견한 이후, 미국 여행 중간중간 계속 심즈가 떠오르는 순간들이 생겨버렸다. 게임을 하며 자연스레 보았던 미국의 모습이 굉장히 크게 나에게 남아있었나 보다.


소방차. 심즈 세계에서 불이 나면 화재경보기가 울리면서 소방차가 나타난다. 소방관이 내려서 불을 끄는데 진화에 실패하면 사상자가 나오기도 한다. 현실이 엄청 반영된 게임이다.


미국 고등학교. 심즈4 확장팩에서는 고등학교 생활도 따라가서 플레이할 수 있다고 한다.


와, 이거 심즈에서 많이 본 인덕션(?)이다. 우리나라 가스레인지랑 다르게 생겨서 인상 깊었었다. 실제로도 게임 속이랑 똑같이 생겼다.


내가 했던 심즈 확장팩 중에서 이 호박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할로윈 데이를 떠올리며 심(Sim)의 집을 장식했었다. 미국 호박 참 크다.


심(Sim)이 사는 집은 처음에 이렇게 생겼다. 창문이며 벽이며 지붕이며 너무 비슷해! 돈 많으면 수영장도 있고 더 삐까뻔쩍한 집을 만들거나 살 수 있다.


건축 모드에서 집을 만들 때 정원 탭에 들어가면 이렇게 희한하게 생긴 나무나 식물이 있었다. 미국의 이런 모습이 다 심즈에 반영된 거구나.



사람의 후각은 다른 감각과 다르게 주관적으로만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같은 향을 맡더라도 사람마다 느끼고 떠올리는 정보가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미 향을 맡았을 때 꽃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엄마 화장품 냄새와 엄마를 떠올리기도 한다. 사람마다 각자 내재된 정보가 다르기 때문에 향에 대한 느낌도 표현도 달라지는 것이다.


나에게 미국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어릴 적 향수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람마다 향기를 다르게 느끼는 것처럼 어린 시절 추억이 향수 같이 뿌려져 내 몸 안에 잠들어있었나보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내 몸 안에서 깊숙이 잠들어 있다가 미국 여행을 하며 꺼내어졌다. 마음속 깊이 남겨져 있었던 만큼 반가움과 그리움이 함께 밀려와 여행의 매 순간을 기쁘고 즐겁게 느끼게 한 것 같다. 이 마음 잘 간직했다가 한 번씩 꺼내주어야겠다.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여행을 하게 되어 참 감사한 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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