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여행기-1
초등학생 때, 책 <안네의 일기> 를 좋아했다. 비밀번호 힌트를 적으라고 하면 질문을 “가장 좋아하는 책은?” 으로 정하고 답은 안네의 일기로 적었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안네의 일기>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잘 몰랐지만, 책을 읽으면서 안네가 은신처에 숨어 지내는 두려움과 공포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태어나 처음 접한 스릴러 장르가 아닌가 싶다. 심장이 쫄깃해지다가 책의 후반부 안네와 페터의 로맨스까지 이어지니 달콤 살벌한 감정이 한데 어우러져서 더 매료되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서 안네의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과 그 은신처가 네덜란드에 지금까지 박물관으로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한 번쯤은 네덜란드를 가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네덜란드로 가는 항공권을 끊었다. 여행을 앞두고 네덜란드에 대해 알아보니 세계적인 화가 반 고흐 미술관이 있어서 반 고흐 미술 전시도 볼 수 있었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 반 고흐에 대해 알고 싶어서 책을 한 권 사서 읽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미술사에서 반 고흐와 다른 작가들을 일컫는 후기 인상주의에 대해 궁금해졌다. 미술 시간에 배웠던 기억은 나지만, 단어만 익숙할 뿐 내용은 너무 흐릿했다. 그래서 미술사 책을 한 권 사서 읽기 시작했다.
미술사 책에는 중간중간 유럽의 역사 내용이 나왔다. 예전에 배웠던 내용들이 생각날 듯 말 듯했다. 나는 수능에서 세계사 시험을 선택했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었는데도 많이 잊어버렸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이번에는 세계사와 유럽사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은 후 한 달이 지났다. 그런데 세상에! 내가 읽었던 역사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한데 뒤엉켜 잘 떠오르지 않았다. 다시 책을 살펴봐도 동로마 제국과 신성로마제국을 같은 나라로 생각하며 글을 읽고 있었다. 이건 제대로 책을 읽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 다시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열심히 책을 읽었는데도 내용을 다 까먹다니!”
곧장 문구점에 가서 공책과 펜을 샀다.
망각과의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아서 시작했지만, 덕분에 역사 공부를 아주 알차게 하게 되어 뿌듯했다. 생각해 보니 부끄럽지만 여행 전에 이렇게 공부하고 떠나기는 처음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와닿는 것도 더 많지 않을까! 복사본으로 만든 역사 필기 내용은 앞으로의 여행에서도 참고해서 계속 활용하려고 한다. 이제 머리를 채웠으니 짐을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