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여행기-7
세계적인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네덜란드 사람이다. 그래서 네덜란드에 가면 반 고흐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반 고흐 미술관에는 반 고흐 작품이 가장 많이 전시되어 있고, 두 번째로 많은 곳이 크롤러 뮐러 미술관(Kröller-Müller Museum) 이다. 크롤러 뮐러 미술관은 네덜란드 중동부에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으로는 3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 미술관을 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전날 밤 비행기를 타고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도착한 후, 바로 로테르담(Rotterdam) 으로 넘어왔다. 로테르담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밤 12시 30분이었고, 씻고 잘 준비를 마치니 새벽 2시가 다 되어갔다. 미술관을 가려면 새벽 6시에는 일어나야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 거 같았다. 4시간 밖에 못 자네? 이 미술관이 뭐라고 4시간만 자고 가야 하나? 이렇게 내가 관광에 눈 돌아간 사람이었나?
이럴 땐, 나는 그때의 상황에 맞춰 결정한다. 새벽 6시에 울리는 알람을 듣고 일어난다면 미술관을 가고, 못 일어나면 미술관은 포기하자! 과연 나는 미술관을 갔을까?
이 글이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4시간만 자고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미술관을 갔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했다. 나는 관광에 진심인 사람이었나 보다. 여행 전에 반 고흐 책과 미술사 책을 읽었던 것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크롤러 뮐러 미술관(Kröller-Müller Museum)
크롤러 뮐러 미술관(Kröller-Müller Museum) 은 헬레네 크롤러 뮐러(Helene Kröller-Müller) 라는 수집가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녀의 이름을 따서 크롤러 뮐러 미술관이라고 불린다. 헬레네는 오랫동안 숲 속에 있는 미술관이 생기기를 바랐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1만 점이 넘는 많은 예술 작품들을 수집하였다고 한다. 호헤 벨루베 국립공원은 원래 헬레네가 남편의 사냥터로 쓰기 위해 샀던 사유지였다.
1930년대에 경제 공황으로 인해 가지고 있는 작품과 재산을 모두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자, 헬레네는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에 땅과 작품들을 기증하며 그곳에 미술관을 지어달라고 요청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지금의 호헤 벨루베 국립공원 안에 크롤러 뮐러 미술관이 자리 잡게 되었다. 숲 속에 있는 이 미술관은 자연과 예술 둘 다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곳이 되었다.
* 로테르담 중앙역(Rotterdam Central) - 브레다 역(Breda station) - 아르넴 역(Arnhem Centraal) : 기차 (2번)
* 아르넴 역 버스 정류장(Arnhem, Centraal Station) - 오털로 버스 정류장(Otterlo, Rotonde) : 105번
- 크롤러뮐러 미술관 버스 정류장(De Hoge Veluwe, Kroller Muller Museum) : 106번
: 버스 (2번)
* 편도 3시간 30분 소요
* 버스 105번, 106번 모두 1시간에 1대씩 배차되어 있다.
네덜란드 기차는 NS 앱으로 노선을 조회하고 결제할 수 있다. 따로 예매하지 않고 전철을 타는 것처럼 출입구에 있는 개찰기에 카드를 찍고 타도 된다. 컨택트리스 카드로도 탑승이 가능하다. 출발 역과 도착 역을 쓰고 조회 버튼을 누르면 가장 빠른 시간부터 기차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사진처럼 로테르담 중앙역에서 출발할 때에는 플랫폼 14번으로 가서 Utrecht Centraal행 열차를 타면 된다.
아래 왼쪽 사진처럼 탑승하고자 하는 시간대를 누르면, 어느 플랫폼으로 가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 사진처럼 탑승한 열차의 노선도 함께 볼 수 있어, 기차를 타고 가면서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기 좋다.
☞ 기차로 여러 번 환승하는 경우에는 하차한 플랫폼과 탑승할 플랫폼이 다를 수 있고, 수시로 플랫폼이 변경되기도 한다. 환승지에서 기차를 타기 전에 환승 역을 출발역으로 입력하고 다시 도착역을 입력해 열차를 조회하면 변경되는 플랫폼을 확인할 수 있다.
아르넴 역(Arnhem Centraal) 에 있는 아르넴 역 버스 정류장(Arnhem, Centraal Station) 에서 105번 버스를 타야 했는데, 버스 정류장을 빨리 찾지 못했다. 105번 버스는 1시간에 1대씩 있고, H플랫폼에서 매시 27분에 출발한다. 아르넴 역은 역 바깥에도 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고속버스 터미널 건물에 들어가 고속버스를 타는 것처럼 역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타는 형태의 정류장도 있었다.
아침부터 구글 맵은 말을 듣지 않았다. 현재 위치와 버스 정류장이 계속 어긋나게 나왔다. 어디 물어보려고 해도 사람도 안 보였다. 이럴 땐, 나는 내 눈으로 찾아 나선다. 발 동동 구르며 가만히 있는 건 성미에 안 맞다. 아르넴 역의 밖이며 안이며 여기저기를 다 돌아다녔다.
마음이 급해서였을까? 결국 아침 9시 27분에 출발하는 버스는 놓쳤다. 버스를 놓친 후 마음이 여유로워지니, 그제야 H플랫폼이 눈에 들어왔다. 고속버스 터미널 같은 형태의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에 H플랫폼이 있었다. 어두컴컴한 이곳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왜 H플랫폼이 눈에 안 들어왔을까? 이래서 마음이 너무 급하면 안 되나 보다.
☞ 아르넴 역(Arnhem Centraal) 에 있는 아르넴 역 버스 정류장(Arnhem, Centraal Station) 에서 105번 버스는 1시간에 1대씩 있고, H플랫폼에서 매시 27분에 출발한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는 것처럼 역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탑승하는 형태의 버스 정류장에 H플랫폼이 있다.
☞ 105번 버스와 106번 버스는 오털로 버스 정류장(Otterlo, Rotonde) 에서 환승한다. 두 버스 모두 1시간에 1대씩 운행하지만, 각 버스가 도착하면 다음 버스가 출발하기 때문에 첫 번째 버스만 잘 타면 다음 버스로의 환승은 원활하다.
106번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호헤 벨루베 국립공원(De Hoge Veluwe National Park) 입구에 있는 매표소에서 내리도록 한다. 미술관 입장권과 별도로 호헤 벨루베 국립공원 입장권을 사야 한다. 인터넷으로 미리 공원 입장권까지 구입한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리지 않아도 된다. 버스는 승객들이 모두 공원 입장권을 소지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매표소에서 공원 입장권을 사고 다시 버스를 타면, 버스는 공원 내부로 들어간다.
☞ 106번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호헤 벨루베 국립공원(De Hoge Veluwe National Park) 입구에 있는 매표소에서 내리도록 한다. 미술관 입장권과 별도로 호헤 벨루베 국립공원 입장권을 사야 한다.
앞서 <네덜란드 미술관 탐방기 : 나홀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여행기-2> 에서 크롤러 뮐러 미술관에서 관람했던 작품 일부를 소개했기에, 이번 글에서는 따로 작품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이전 글에 다루지 않았던 작품 하나를 더 떠올리자면 아래 작품이다. 보자마자 김이 떠올랐다. 밥에 김 먹고 싶네.
호헤 벨루베 국립공원(De Hoge Veluwe National Park) 은 70만평이다. 엄청 크다. 공원 입구에서 하얀색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서 탈 수 있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다닐 계획이라면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처음에는 나도 자전거로 공원을 돌아볼까 했었는데 4시간 밖에 못 잔 상태라 자전거까지 타면 다음 여행 일정들에 너무 지장이 생길 거 같아 참았다. 미술관 근처 자전거 보관소에는 하얀색 자전거들이 잔뜩 보였다.
크롤러 뮐러 미술관 버스 정류장(De Hoge Veluwe, Kroller Muller Museum) 에서 다시 106번 버스를 기다렸다. 106번 버스는 1시간에 1대 배차되어 있고, 크롤러 뮐러 미술관 버스 정류장에서 매시 43분에 출발한다. 다시 3시간 30분의 여정의 시작이다.
☞ 106번 버스는 1시간에 1대 배차되어 있고, 크롤러 뮐러 미술관 버스 정류장에서 매시 43분에 출발한다.
☞ 네덜란드 뮤지엄 패스(pass) 를 이용하면 한 장의 입장권으로 5곳의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다. 패스권을 이용할 수 있는 미술관에서 뮤지엄 패스를 현장 구매할 수 있고, 가격은 75유로이다. 크롤러 뮐러 미술관도 패스권으로 관람할 수 있다.
4시간만 자고 미술관을 갔던 건 매우 잘했었다고 생각한다. 왕복 6시간의 여정이 피로하긴 했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실제 원작을 직접 보면 매체를 통해 접할 때와는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번에 12년 만에 예술의 전당에서 크롤러 뮐러 미술관의 반 고흐 작품 원작들이 전시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볼 수 있으니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네덜란드에서 느꼈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끼기 위해 서울에서 하는 전시회에도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