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로드트립 여행기-15
이번 뉴질랜드 여행은 렌터카와 비행기로 도시 간 이동을 하였다. 도시로 이동하는 일곱 번째 일정은 오클랜드(Auckland) 에서 로토루아(Rotorua) 로 이동했다. 로토루아 여행을 할 때는 렌터카로 다니기로 했다. 오클랜드 숙소 퇴실을 하고 렌터카를 찾으러 가야 했다. 이번에도 팀을 나눴다. 나는 오클랜드 숙소에 남아 퇴실 준비를 했고, 다른 세 사람은 렌터카 업체에 가서 차를 받아오기로 했다. 숙소를 정리하며 퇴실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급한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한국 운전 면허증?”
전화의 내용은 친구의 한국 운전 면허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친구의 가방 속에서 지갑을 찾아 렌터카 업체 쪽으로 걸어갔다. 해외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려면 국제 운전 면허증과 함께 한국 운전 면허증이 필요하다. 혹시 모르니 여권까지 챙겨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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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서 렌터카를 하려면 국제 운전 면허증, 한국 운전 면허증이 필요하다. 혹시 모르니 여권까지 챙겨가길 바란다.
그렇게 무사히 렌터카를 찾았다. 이번 렌터카는 뉴질랜드 남섬에서 운전했던 렌터카와는 다른 기종의 차였다. 그래서 짐을 실을 때 다시 테트리스가 시작되었다. 각자의 캐리어 크기가 다르다 보니, 트렁크에 최대한 많이 들어가는 각도와 위치가 달랐다. 여행 날부터 짐을 실을 때마다 늘 고군분투가 있었다. 이제는 최적의 각도와 위치를 찾은 후 사진을 찍어 저장해 두기로 했다.
“와, 쉽지 않네.”
이번 여행에서 우리의 유행어는 “쉽지 않네”였다. 다들 여행 중 겪는 크고 작은 고충을 이 한마디 내뱉으며 해소했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지쳐서 자칫 부정적인 말들이 나올 수 있다. 서로 이렇게 하자고 정한 건 아니었지만, 어려운 순간들에 대해 짜증이나 부정적인 말들 대신에 “쉽지 않네” 한마디를 내뱉으며 서로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사실 여행 전에 미리 정한 것은 따로 있었다. 감정이 서로 상한 순간이 생긴다면 '티니핑 체'로 말하기였다.
“이러지 마 핑”
“빨리 좀 일어나 핑"
“나 서운 핑"
정작 '티니핑 체'로 말할 일은 없었네.
로토루아(Rotorua)는 뉴질랜드 북섬의 중부에 위치한 도시이며, 오클랜드(Auckland) 보다 남쪽에 위치해 있다. 오클랜드에서 차로 약 3시간 걸린다.
내비게이션에 도착지를 찍었는데 운전을 맡은 친구와 조수석에 앉은 친구의 경로 안내가 달랐다. 소요 시간은 비슷하게 나온다고 하여, 조수석에 앉은 친구의 핸드폰을 놓고 길을 찾아갔다. 그 내비게이션은 우리를 국도 길로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로토루아로 들어가는 국도 길은 공사로 인해 직진을 못하고 계속 멈춰야만 했다. 한 번 멈추면 10분 넘게 기다렸다. 이 상황도 성격 급한 한국인들에게는 답답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 친구가 다급하게 말했다.
"나... 화장실 가고 싶어."
오마이갓.
“인간은 6시간까지 소변을 참을 수 있어.”
“그래. 심리적인 걸 거야. 나도 지난번에 그랬는데 막상 화장실 가니까 별로 안 나왔었어.”
“아니, 그건 아냐. 그런 소리 하지 마. 정신줄 잡기 힘들어.”
친구가 요도를 쪼아가며 애써 버티고 있는데, 야속하게도 '스탑(STOP)' 표지판과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은 좀처럼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 시간 전에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괜히 나까지 소변이 급해지는 거 같았다.
드디어 긴 정체 구간에서 벗어나 도착지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와, 쉽지 않네. 오늘 쉽지 않아.”
로토루아를 떠날 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조수석에 앉은 친구의 핸드폰이 마지막 날도 국도 길을 알려주었다. 이제는 안 당한다! 돌아올 때는 고속도로를 이용했는데 차도 안 막히고 속 시원하게 질주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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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클랜드(Auckland)와 로토루아(Rotorua) 사이에는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다. 가능하다면 고속도로를 이용하길 바란다.
집라인(Rotorua Ziplines)
뉴질랜드 남섬 퀸즈타운처럼 로토루아에서도 루지, 집라인 등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들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그중에서 집라인을 하기로 했다. 집라인은 숲과 계곡 사이에 설치된 케이블에 도르래를 연결하고, 도르래를 따라 빠르게 내려가는 액티비티이다. 집라인은 이전에 라오스를 여행했을 때 해본 적이 있었다. 그때 같이 갔던 친구가 없었다면 난 절대 못 탔을 거다. 우리는 둘이 같이 도르래를 잡고 내려가는 방법으로 탔었다. 이렇게 액티비티 활동들을 조금씩 도전해보고 있지만 나는 액티비티를 정말 즐기지 않는다. 보통 한번 경험해 본 걸로 만족한다. 이번에도 솔직히 내키지 않았지만 친구들이 다들 하고 싶어 하니 같이 하기로 했다.
로토루아 집라인(Rotorua Ziplines) 업체에 도착하여 하네스와 헬멧을 착용하고, 집라인 출발 장소로 이동하는 차에 탔다. 집라인은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아는 맛이었고 여기에 뉴질랜드는 대자연이다 보니 높이가 훨씬 더 높고 무서울까 봐 두려움이 앞섰다. 나 왜 한다고 했을까. 차 안에서 무섭다고 끙끙 댔던 거 같다. 다행히 차에서 내려 숲 속을 걷자 조금씩 마음에 안정이 생겼다.
숲을 둘러보며 뉴질랜드에서 볼 수 있는 새와 나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잠시 자연에 집중하니 긴장감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하지만 이제 한 사람씩 집라인을 탈 차례였다. 총 4번의 케이블을 내려가는 코스였다. 후... 다시 오금이 저려왔다. 제발 낙차가 적었으면 좋겠다.
오! 생각보다 낙차가 크지 않았다. 눈 뜨고 탈 수 있었다. 뉴질랜드라고 엄청 큰 규모일까 봐 괜히 긴장했던 것 같다. 안도감이 들었다. 한 번 물꼬를 트고 나니 숲 속의 풍경이 더 눈에 들어왔다. 바람과 숲을 느꼈다.
숲 속 사이에 나무로 만든 쉼터가 있었다. 쉼터에서 뉴질랜드 식물로 만든 차를 마셨다. 우엉차와 고로쇠 물이 섞인 거 같은 맛이 났다. 그리고 뉴질랜드 숲에서 볼 수 있는 새 그림이 그려진 나무 토큰을 하나씩 받았다. 쉼터의 벽 한편에 모금판이 있었고, 우리가 받은 새 그림 나무 토큰이 모금판 가득 모이면 뉴질랜드 자연보호를 위해 기부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모두 토큰을 모금판에 던졌다. 모금판이 가득 차려면 한참 걸릴 거 같긴 했다.
이제 쉼터에서 나와 외나무다리를 건넜다. 사람 한 명 겨우 걸어갈 수 있는 좁고 흔들거리는 외나무다리였다. 다리의 중간에 도착하면 아찔한 사진을 찍어주었다. 앞 팀에서 먼저 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다시 겁을 먹었다.
“오, 난 중간에서 가야 할 거 같아.”
내 앞과 뒤에 친구들이 있고 함께 건너면 좀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누가 계속 팡팡 뛰어서 곡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리의 중간에 다다르자, 이제 사진을 찍을 차례였다. 맨 앞에서부터 하네스에 매달린 줄을 잡고 외나무다리 옆으로 몸을 밀었다. 나는 말했다.
“어우, 난 이거 못 하겠는데?”
“에이, 그러면 자리 바꿔서 갈 걸 그랬다. 사진 찍어야 되는데.”
너 T 지?
내 뒤에 있던 친구의 말에 마음을 다잡았다. 내 위치가 중간이었기 때문에 내가 안 하면 뒤의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같이 있는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그래! 사진 멋지게 남기고 싶을 텐데 용기를 내자. 심호흡 크게 한 번 하고, 외나무다리 옆으로 몸을 밀었다.
어? 막상 줄을 잡고 매달리니 내가 하는 운동이랑 똑같았다. 하네스에 매달리는 이 감각! 왔다. 감 잡았다. 배에 힘을 주고 더 힘껏 몸을 눕혔다. 내 모습을 본 가이드 님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무섭다고 오두방정은 다 떨다가 막상 하니까 손끝을 뻗으며 여유를 부렸으니 그랬을만하다. 가이드 님이 나의 포즈에 기뻐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셨다.
집라인 체험을 마치고 이제 짐을 풀기 위해 로토루아 숙소로 이동했다. 그런데 숙소에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와, 쉽지 않네. 오늘 하루 진짜 뭐가 있어. 쉽지 않다."
각자 약 20kg의 캐리어를 들고 2층 방까지 올라갔다. 고단함이 몰려왔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이제 온천을 가야 했다. 온천 영업시간은 저녁 8시까지였지만, 입장 마감은 7시까지였다. 숙소에서 온천까지는 차로 약 30분 거리였고, 현재 시각은 6시 10분이었다.
“빠빠빠빠 빠_빰 빠빠빠빠_빰"
다시 한번 '하와이 파이브 오(Hawaii Five-O)' 노래가 흘러나왔다. 급할 때면 이 노래가 항상 떠오른다. 음악과 함께 다시 조급 모드에 들어갔다. 각자 온천에 필요한 수영복과 세안 도구를 재빠르게 챙겼다. 이제 가자!
와이키테 온천(Waikite Valley Hot Pools)
와이키테 온천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우리는 달려가기 시작했다.
“우리 들여보내주세요! 제발요!"
이번 여행의 또 다른 유행어는 “제발요!" 였다. 다급한 순간마다 우리는 이 말을 외쳤다. 정확히는 굉장히 높은 목소리로 "젭빨요!"라고 외쳤는데, 그러면 원하는 상황이 이루어졌다. 마법의 주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주문은 통했다. 저녁 7시에 딱 맞춰 들어갈 수 있었다.
로토루아(Rotorua) 에는 지열 활동에 의한 자연 온천이 많다. 와이키테 온천(Waikite Valley Hot Pools) 은 시설이 갖춰져 있는 온천이다. 가격은 27.5 달러(NZD)이다. 다른 시설이 갖추어진 온천보다 저렴하다. 수영복을 입고 여러 개의 탕을 오가며 온천을 할 수 있다. 샤워 시설은 있으나 수건은 별도로 사야 하고, 책장 같은 물품 보관함에 귀중품을 보관해야 한다. 모두가 오가는 개방적인 곳에 있으니, 입장할 때 최소한의 물건만 챙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와, 쉽지 않네. 오늘 하루 쉽지 않다."
겨우 겨우 온천에 들어와서 마음이 놓이자, 다시 한번 우리의 유행어를 외쳤다.
와이키테 온천(Waikite Valley Hot Pools)은 수영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수온에 따라 여러 탕이 있다. 뜨끈한 온도를 찾아 여러 탕을 오가다가 마침내 나에게 딱 맞는 탕을 찾았다. 오늘의 피로가 다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온천의 영업시간은 저녁 8시까지다. 폐장 시간이 다가오자 온천의 물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아이, 아쉬워라! 아쉬운 마음에 물이 다 빠질 때까지 탕에 머물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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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키테 온천(Waikite Valley Hot Pools)은 시설이 갖춰져 있는 온천이다. 가격은 27.5 달러(NZD)이다. 다른 시설이 갖추어진 온천보다 저렴하다. 수영복이 필요하고 샤워 시설은 있으나 수건은 별도로 사야 한다.
로토루아에는 한국 치킨 가게가 있었다. 로토루아가 뉴질랜드 남섬의 와나카나 테카포처럼 시골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로토루아는 도시다. 한국 치킨이 있다. 쉽지 않았던 오늘의 하루, 치킨으로 마무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