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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인류애를 느낀 이야기(1)

튀르키예 여행기-6

by 나일라

튀르키예 안탈리아 공항에서 있었던 일이다. 공항에서 출발하는 트램을 가까스로 타고 빈자리를 찾았다. 순방향으로 앉고 싶어서 자리를 살피던 중,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눈에 들어왔다. 한 자리가 비어있길래 그 자리에 앉았다. 내 옆자리에는 중년의 남성이 이미 앉아있었다. 트램은 아직 출발하지 않았고, 나는 내가 맞는 방향으로 트램을 탔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구글 맵으로 확인해 보니 내가 탄 곳과 다른 위치에서 타라고 나와 있었다. 오는 길에 보았을 때는 트램은 여기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나는 트램 내부 안내판을 사진으로 찍어 터키어를 구글 번역기로 바꾸어서 역 이름과 방향을 확인하려고 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중년 남성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디로 가나요? 가려는 역 이름이 뭐예요?”


역의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서 이름을 핸드폰으로 보여드렸다. 돋보기안경을 쓰고 천천히 살펴보던 중년 남성이 대답했다.


"네, 이거 맞아요. 나는 그 역 바로 전 역에서 내려요. 제가 내리고 다음 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전광판에 역 이름이 나와요."


그는 친절하게 역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알려주었다. 트램이 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다. 그때부터 트램을 타고 가는 30분 동안 중년 남성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의 영어는 서툴렀지만 나보다는 훨씬 나았다. 중간중간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워하셨지만, 나는 "저보다 훨씬 잘하세요." 라며 괜찮다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번역기도 함께 쓰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갔다.



인상적이었던 건 그가 내 이름을 영어로 적어 달라고 한 뒤, 발음을 여러 번 반복하며 정성스럽게 외우려 했던 점이다. 이름을 묻는 경우는 많았지만 대부분의 외국 사람들에게 한국 이름은 낯선 발음이라 듣자마자 이름 부르기를 포기하곤 했다. 그는 내 이름의 발음을 천천히 익힌 후에 이름의 뜻을 물어보셨다. 여행길에 만난 사람이 내 이름의 뜻을 물어보는 것 또한 처음이었다. 내 이름의 정확한 뜻은 '아름다움을 맞이하라'인데, 나의 영어는 그렇게 자세하게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Beautiful girl”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자기 이름의 뜻도 “handsome”이라고 답하며 재밌어하셨다. 그의 이름은 '제밀'이었다. 나중에 튀르키예어로 제밀이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니 정말로 ”멋있는 “이라는 뜻이었다.


제밀은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고, 세 명의 아이들이 있다고 했다. 그중 둘째와 셋째는 남녀 쌍둥이로 초등학생 나이였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아내와 가족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가족을 소개해주었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그가 두 아이들은 쌍둥이라고 말했을 때, "아내가 정말 고생했겠어요!"라고 더 격동적으로 표현했으면 좋았을 거 같다. 쌍둥이면 엄마가 낳을 때부터 고생했을 텐데! 그 순간엔 그 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늘 그렇듯 이렇게 지나고 나서야 그때 이렇게 말할 걸 하고 생각난다.






제밀은 내릴 때가 되자, 내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행복과 앞날을 응원해 주었다. 사실 처음에는 제밀이 너무 반가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어서 순간 긴장했었다. 뭔가 사기를 치려는 건가 아니면 혼자 있는 여성을 상대로 접근하는 건가 싶어 경계했었다. 이스탄불에서 혼자 있는 여성에게 계속 말을 거는 분위기를 느꼈었던 터라, 더욱 조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처음의 내 생각과는 달리 그는 정말 좋은 마음으로 따스한 말을 건네고 싶었던 거였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왜 이리 각박하게 살게 되었나 하며 씁쓸하면서도 오랜만에 느낀 진심 어린 친절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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