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에 은평구 평생학습관에서 열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의 문학 강의를 들었다. 강사는 그가 쓴 단편들 중 『남부』등 두 작품을 다루었는데, 보르헤스의 글은 유월 마지막날 먹었던 복숭아처럼 상큼했다. 그 이후 나는 그의 소설집 두 권을 샀다. 그의 두 번째 소설집 『픽션들』에 실린 작품 해설에는 "이 소설집에 나오는 열일곱 개의 단편들은 크게 <문학 이론>을 소설화시키고 있는 작품들과, <형이상학적 주제>를 소설적으로 형상화시키고 있는 두 범주로 나뉜다."라는 말이 있었는데(보르헤스 전집 2, 픽션들, 황병화 옮김, p.285), 글쓰기의 방향을 모색하는 나에게 시사점을 주었다. 나는 또한 오늘 아침에 신유진 씨의 산문집 『상처 없는 계절』에 실린 '보르헤스의 꿈 이야기'에 관한 글을 읽었다. 보르헤스는 "꿈이 가장 오래되고 복합적인 문학장르"라고 했다고 한다. 꿈은 정말 그런 것 같다. 꿈은 상상과 예상을 뛰어넘는 장면들과 스토리의 전개로 인해 문학보다 더 흥미진진할 때가 많다.
도시농촌 전선줄에 비둘기 한 마리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너도 나와 같구나' 생각하며 비둘기를 찍으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다른 비둘기가 날아와 곁에 앉았다. 전선줄은 위아래로 두 개가 나란히 있었다. 비둘기들은 한동안 같이 앉아 있었다. 한 마리가 위로 날아가니 덩달아 다른 비둘기도 위로 올라앉았다. 얼마간 같이 숲을 보더니 먼저 올라간 비둘기가 아래로 내려앉았다. 조금 뒤 다른 비둘기도 내려갔다. 그들은 몇 번을 반복해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들의 모습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나니 한 마리가 숲으로 날아갔고, 다른 비둘기도 따라 날아갔다. 숲에서 비둘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가슴을 열어 공기를 들이마셨다. 생각보다 어렵고, 진전 없는 공부와 글쓰기로 인해 지친 마음에 생기가 돋는 것 같다.
오늘은 6월 30일, 마지막 날이다. 금세 반년이 지났다. 내 능력의 가능성과 한계속에서 삶의 방향을 모색하며 보낸 지난 반년을 아쉬워하기보다 남은 시간들에 감사하며 다시 희망의 불을 댕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