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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다은 Mar 05. 2024

평균적 인간 만들기

2021년 5살이었던 아들을 키우며 어느날 블로그에 썼던 글.

 작년에 한참 빠져있었던 고병권 선생님의 마르크스 ‘자본론’ 독해 시리즈. 나의 잘못된 독서 습관 때문에 결국 다 읽지는 못했지만, 마르크스에게서 크게 배운 것이 있다. 자본주의가 작동하려면 세상을 항상 교환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시장에서 누구에게라도 교환(판매)될 수 있도록 사물이든 사람이든 평균적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렇지 않은가. 개인의 체형은 저마다 다를 것인데, 옷 사이즈도 대체로 S, M. L,XL로 구분되어 있을 뿐 개별적인 특성은 알아서 개인이 교정해야 한다. 개인의 삶은 제각각 달라도 들여다 보면 집 구조, 인테리어, 사는 물건은 대체로 비슷하기에 다른 사람들은 어떤 물건을 사는지 검색해보고 남들이 많이 사는 것을 사게 된다. 많이 팔리는 인기상품은 급기야 ‘국민템’이라는 수식어로도 불리게 된다. 집집마다 다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노동상품으로서의 인간도 교환가능한 평균적인 사람으로 만들도록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가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노동력과 능력을 다를 것인데 그것이 동일한 임금수준에서 교환되려면 대체로 OO시간을 일하고 OO만큼의 생산성을 가진 노동력을 가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측정된 노동력이 투입된 상품에도 평균수준의 가격이 매겨진다. 이렇게 상품의 가치를 규정하는 노동의 양이 ‘사회적’으로 결정되는 것을 ‘추상노동’이라고 하며, 추상노동의 양은 ‘평범한’ 인간이 ‘평균적으로’ 지닌 능력의 지출을 의미한다. ( 고병권 선생님의 책에서 인용)

 아이를 키우면서 상품으로 교환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얻으려는) 인간으로 키우고자 하는 욕구를 자꾸만 발견한다. 다른 아이들이 보기에 독특한 특성은 제거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에 비스므리한? 그런 특성을 가진 아이였으면 하는 욕구가 있다. 최근에 영재교육에 관심이 있어 연수를 들었는데, 거기에는 영재들이 겪는 사회 정서적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영재들은 어쨌든 사회성부분에서 지나치게 섬세한 감성을 가지거나 인지적 능력(정신연령)에 비해 사회성 수준이 낮아 또래와 어울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살과 우울증도 많다고 한다. 부모와 선생님의 세심한 케어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한다. 장애가 있는 아이만 어렵겠는가. 발달이 빠르고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도 사회적 가치가 통용되는 시장에서는 쉽게 교환되기 어렵다. 오히려 교육과정상 영재에 대한 배려는 월반, 속진학습 뿐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교육보다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결국 영재도 장애아동도 아닌 상품 교환시장에 나올만 한 평균의 인간이면서도 조금 남다른 매력이어야 최고 스펙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언어치료 수업에서 선생님이 우리 아들은 자기 세계에 빠지지 않도록 늘 부모, 친구 등 타인과 관계를 의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자기만의 세계에 머무르지 않도록, 사회로 나오도록 하는 전략이다. 그런데 고민이다. 그동안 학생들에게 늘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사고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 맥락이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를 의식하고, 사회성을 발달시키려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가치들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요즘의 우리가 사는 세계는 점차 그 요구가 정말 ‘사회적 인간을 위한 요구’인지 ‘자본주의적 시스템에 의한 요구’인지 헷갈리는 지점이 많다. 그 둘이 대체로는 같은 영역에 있으나 어느 순간 경계해야 할 지점이 온다. 사회적 인간이기에 배우고 익히고 수용하고, 소통해야 할 내용인지, 아니면 나의 주체성을 침해하는 평균적 인간을 만들려는 시스템의 강요인지. 인간 발달과 철학은 함께 생각하면 새로 보이게 되는 것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 식견이 부족해 잘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늘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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