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만 너를 사랑하겠지만
약하다는 말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었으나, 내 약점을 이용하려드는 누군가가 있진 않을까, 내가 보인 그 빈틈이 기어코 나를 무너뜨리진 않을까하는 불안함에 '난 건강해!' '난 짱 세다고!'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온 나날이었습니다. 마음 한구석에는 내 약한 모습을 그저 있는그대로 내어보이고는 '사실 나 힘들어'라며 펑펑 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그득하지만, 어릴적 그 틈을 파고들었던 상처들만큼은 여태 잊히지 못해서 쓰게 웃어보이고 말지요. 그렇다고 해서 내 주변에 머무는 그대들을 못 믿는 것은 또 아닌데 말이에요.
내 몸이 약해서인지, 아니면 이미 쌓여온 스트레스가 커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언젠가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많이 아픈 몸이 되었습니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고야 마니, 이제는 괜찮다는 말도 거짓말임이 금방 들통나버려 함부로 할 수 없는 말이 되어버렸네요. 그렇게 한참 아팠고, 내 아픔을 이기지 못해 이기적이게도 내 짐을 타인에게 마구 떠넘겨야 했던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낫고보니 참을성 없었던 내 지난날이 다시금 후회스러워 자책도 해보고, 돌이킬 수 없는 나의 선택들에 한숨 짓는 중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후회는 어쩌면 나의 지난 인생들에 비하면 말랑한 것일 수 있겠으나, 사람에 관해서 만큼은 언제나 쉽지 않아서 가슴이 무겁습니다. 내가 하고자 했던 사랑이 이런 사랑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시작해버렸는지요. 농담처럼
'이제는 사랑한다는 감정이 뭔지도 모르겠어서 짝사랑이라도 좋으니까 사랑을 좀 하고 싶어'
라고 말을 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그저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는 열망에 덜컥 시작해버린 감정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사람이 마음에 들어왔다는 사실만은 변치 않아서 내내 고전하는 나날입니다.
술도 담배도 어쩌면 자신을 자해하는 하나의 방법이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렇습니다. 자꾸만 술을 찾고 담배를 놓지 못하는 일은 사랑받지 못하는 내 자신이 싫고 스스로를 망가뜨려서라도 시선을 끌어보고자 하는 나의 애처로운 발버둥이었지요. 내 고민과 마음의 무게들을 오롯이 받아내기에는 내 몸이 너무 아파 그런 것도 있었으나, 사실 그건 두번째 이유였지요. 내가 실로 원했던 것은 그저 내 눈에 차지 않는 자신이 망가지길 원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스스로를 망가뜨리고는 있으나 심하다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심하다는 정도의 기준은 알지 못하나 그냥 그렇게 생각했지요. 어쩌면 내가 틀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자각을 하게 된것은 자꾸만 늘어가는 주변인의 걱정이었습니다. 한 명일 때는 그저 친하니까, 힘들어보이는 나를 위한 위로일거라 생각했지만, 두 명, 세 명 늘어가자 이제는 남들이 보기에도 내가 많이 힘들어보인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네요. 티내는 사람이고 싶지는 않았는데, 숨기지 못하고 드러나버리는 것들이 부끄러워 다시 한번 스스로를 원망해봅니다.
그렇게 이번엔 폐렴을 앓게 되면서 내 몸이 바스라져감을 느낍니다. 내가 가진 고민의 무게를 과연 내 몸은 어디까지 버텨줄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습니다. 몸은 자꾸만 아픈데, 내가 버텨야하는 나날들은 여전히 길어서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그 사람에게 좋아보이고 싶어서 결국 난 담배를 끊을테고, 그 사람 하나때문에 무너질 수는 없다고 술도 줄여보며 나는 다시 내 생을 살아나가겠지만 내가 가진 문제들이 그것만은 아니니까요. 불안하고 위태로운 내 길 위에서 과연 나는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요.
그런 의문들과 불안을 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다시 여행을 떠나고 글을 써야 할 시기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