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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st Mar 25. 2024

24. 03. 15. 커피! 날개를 달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난 마음속에 카페에서 주문해 마시는 드립커피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맛있는 드립 커피 한 잔을 만들어 내는 게 공식이 아닌데 왜?

저울 위에서 뜸 들이는 시간, 물을 부어주는 양, 마지막 추출의 양까지

모든 원두를 동일하게 드립해 내주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나쁘지는 않은데 뭐지? 원두 각자 가지고 있는 맛들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마시고 나서 기억해 낼 만한 맛이 딱히 없었다.

아쉬웠다. 불만스러웠다.


한 여름 습기가 장난 아닌 장마철에 원두는 물을 잘 받아들이지 않아

물을 주는 속도를 조금은 늦춰야 하기도 하고

반면 산불이 많이 나는 극한 건조한 겨울의 원두는

물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그래서 여름과 겨울 원두의 굵기도 조금씩 다르게, 물의 온도도 다르게 하는데

사계절 내내 같은 온도, 같은 물 양, 같은 속도로 드립해주면 아쉬울 수밖에~


그런데 지난 겨울 언젠가부터 내 마음이 흔들거렸다.

카페 투어를 늘 다니는데 문득,

그냥 이 카페 분위기에 나도 쑤욱 들어가 예쁜 잔에 나오는 이 커피를 즐겨!

나쁘지 않잖아? 순간의 사진의 한 컷이 되어봐!

라고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말해줬다.


생각해보지 않았던 재료들의 배합에 커피를 더해 음료를 만들어내고

비주얼은 얼마나 멋지고 예쁜지 마시기가 조금 부담스러워도,

그건 문제 되지 않았다.


입 속에 들어와 와우! 하지 않아도

눈으로 이미 와우! 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울 수 있었다.

(비슷한 듯 다양했다)


드립만이 커피의 전부가 아닌데 난 어쩜 이리 고집스러웠을까?

그래, 커피야!

날개를 달고 높이 날아 다양하고 더 자유스러워져라.

그러다 커피 자체로 깊이 알고 싶어지면

그때 또 집중해서 연구하고 만들어보지 뭐! 못할게 뭐야.


나도 모르게 오픈 마인드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쩜, 지금 난 커피를 통해 내 안의 고집을 내려놓고

밖을 바라보며 모든 걸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있는 듯하다.

내게 참 고마운 커피다.


늘 그래왔듯이 난 나의 커피를 열심히 만들어 고객들께 대접하고

나와 비슷한 이들이 오면 반갑게 그들과 소통하자.

커피. 결국 관계 맺음. 소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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