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벗는 연습

: 2편. 내가 아닌 나 — 잃어버린 얼굴을 회복하는 법

by 이말리
《가면을 벗는 연습》
—— 나로 살아가는 법에 대하여


늘 웃고 있었지만, 사실은 울고 있었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진짜 나를 잃어갔다.
이제는, 그 가면을 벗고 나를 다시 살아내는 연습을 시작한다.


이루고 싶었던 일이었다. 십수 년을 바라보며 준비했고, 기꺼이 많은 걸 걸었고, 결국엔 이뤄냈다. 그 순간은 분명 벅차도록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이 생각보다 금세 사라져 버렸다. 마치 오랫동안 목말랐던 사람이 물을 마시고 나서야 깨닫는 것처럼 갈증만 해소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게 전부였다. 그 이후의 나날들이 진짜 시작이었다.


감정의 물줄기가 말라버린 채 몇 개월을 흘려보냈다. 기쁜 것도, 설레는 것도 없었다. 좋은 것을 보아도 "그렇구나." 가까운 이의 슬픈 일에도 "그럴 수도 있지." 그저 그렇게 넘겼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도 심드렁하니 설렘이 없었다. 마음이 희미해지자 몸도 따라 무거워졌다.


그리고 결국, 나는 병이 들었다. 마음이 먼저 아프기 시작했고, 몸도 서서히 따라 무너져갔다. 말로만 듣던 우울증이 오는구나 싶었다. 무기력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세상은 내가 아픈 줄 모르고 돌아갔다. 사람들은 여전히 내게 웃음을 기대했고, 나는 그 기대에 응답해야 했다. 아픈 중에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내가 먼저 웃었다. 다정한 표정, 괜찮다는 말, 그 모든 게 내 의지보다 먼저 나갔다. 속에서는 울고 있어도 겉으론 웃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그 연기가 자연스러워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모르게, 그런 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가면은 서서히 '나'가 되어갔고, 진짜 나는 사라져 갔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웃는 얼굴 뒤로 감추어진 마음들이 조금씩 말라가고 있다는 걸. 하루하루,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내기 위해 덧씌운 표정들이 언제부턴가 나의 진짜 얼굴을 삼켜버리고 있었다.


더욱 아파지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힘들어졌다. 하나둘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면을 벗고 있을 수 있는 순간들도 많아졌다.


우울한 나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아침, 세수를 마치고 고개를 들었을 때, 거울 속 나와 눈이 마주쳤다. 피곤하고 무표정한 얼굴. 억지로 웃고 있는 듯한 파리한 입술과 전혀 웃지 않는 눈. 낯선 얼굴이었다. 그 얼굴은 분명 나였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그러나 도무지 '나' 같지 않은 얼굴이었다.


낯선 얼굴을 마주한 그 순간 깨달았다. 가면과 나 사이에는 이미 아주 미세하지만 분명한 거리가 생겨 있었고, 나는 그 틈에서 멀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 틈은 균열이 되어, 나를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가면이 나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라는 자각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준 깨달음이었다.


나는 너무 오래, '내가 아닌 나'로 살아왔구나. 타인의 기대에 맞춰 웃고, 무례한 말에도 괜찮은 척하고, 속은 곪아가는데도 "나는 잘 지내." 일이라는 커다란 담 뒤에 숨어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왔다. 가면은 분명 나를 지켜줬다. 하지만 어느새 그 가면이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내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아주 작은 연습을 시작했다. 거울 앞에 서서 억지로라도 웃어보았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닌, 내가 나에게 건네는 웃음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했고, 이내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래도 계속해봤다.


잃어버린 마음들이 극적으로 되돌아오지는 않았다. 대신 아주 사소한 것들로부터 조금씩 나를 찾아왔다. 즐겨 듣던 노래 한 곡.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근 감각. 햇살이 스치는 오후. 그리고 조심스럽게, 진짜 내 마음을 따라 선택하는 연습도 시작했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억지로 만나지 않기로 하는 것처럼.


그 사소한 감각들의 조각 위에서,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다시 살아 있는 나를 느끼기 시작했다. 가면과 나 사이에 생긴 거리는 하루아침에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아주 조금씩, 나는 나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건 결국, 가면을 벗는 일이기도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 않기, 불편한 자리를 억지로 웃으며 버티지 않기, 나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기. 그렇게 나는 진짜 내 얼굴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아주 조용히 연습 중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여전히 예전처럼 원하지 않는데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따라가는 어리석은 행동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마음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내가 너무 오래 외면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 깨달음만으로도,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가면을 벗는다는 건 단지 감정을 느끼는 일만은 아니었다. 그 감정들을 품은 채, 내가 만들어 낸 가면들을 가지고 다시 살아내는 일이었다. 아직 서툴고 때로는 흔들리지만, 나는 지금 나로 존재하는 법을 천천히 배우고 있다.


이제, 이 회복된 감정 위에서 나는 새로운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진짜 나로,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진짜 나로서 관계 맺기를 시작한 이야기들—사랑, 거리두기, 용기 있게 말하기, 그리고 처음으로 ‘나’를 선택한 순간들을 꺼내어 보려 한다.


가면을 벗은 얼굴로, 세상과 마주 서는 연습. 그다음 이야기를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