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화살을 뽑는 시간, 치유의 시작

매일 나를 돌보는 회복의 여정

by 이말리

아버지를 떠나보낸 그날 이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나는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장례의 모든 의식이 끝나고 홀로 남겨진 고요 속에서, 마치 오랫동안 단단히 닫혀있던 문이 열리듯 나는 내 마음에 깊숙이 박혀있는 수많은 화살들을 발견했다. 정신적 지주의 상실이란 거대한 충격이 나를 깨우쳐 내면의 가면을 벗겨내고,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무시해 왔던 마음의 상처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작은 오해에서 시작된 불편한 관계, 누군가의 무심한 한마디가 남긴 상처, 그리고 내가 스스로에게 던진 날카로운 질문들까지. 이 모든 것들이 독화살이 되어 내 안에 깊숙이 박혀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들춰보지 않고 싸매두었던 상처 위의 붕대를 하나씩 풀어내듯, 상실이 가져다준 침묵의 시간 속에서 내 영혼의 통증이 하나둘씩 선명해졌다.


석가모니의 독화살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 남자가 독화살에 맞았을 때, 그는 화살을 뽑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끊임없이 물었다. "누가 이 화살을 쏘았는가? 왜 나를 겨냥했는가? 화살은 어떤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독은 어떤 것인가?" 그렇게 질문을 던지는 동안 독은 서서히 그의 몸 전체로 퍼져갔다. 마치 우리가 상처받은 순간에 그 이유를 캐묻느라 정작 치유의 시간을 놓치는 것처럼. 이 오래된 지혜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준다.


나는 얼마나 자주 이런 실수를 반복했던가. 동료가 내 의견을 무시했을 때, 나는 그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며칠을 허비했다. 그가 왜 그랬는지, 나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를 분석하느라 정작 상처받은 내 마음을 돌보지 못했다. 마치 작은 상처가 제때 치료되지 못해 큰 감염으로 번지듯, 나의 망설임은 더 큰 아픔을 만들어갔고, 결국 그와의 관계마저 어색하게 변해버렸다

또 다른 날은 오래된 친구와 다툰 후, 그 다툼의 원인을 찾느라 수없이 많은 밤을 뒤척였다. 우리의 우정에 실금이 가게 된 정확한 순간을 찾으려 했고, 서로가 던진 말들의 숨은 의미를 해석하려 했다. 그러는 동안 우리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 갔다. 화살을 뽑고 상처를 치유하는 대신, 그 화살의 궤적을 추적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 순간 필요했던 것은 복잡한 분석이 아닌, 단순한 용서와 이해였을지도 모른다.


가족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의 걱정 어린 말씀에 상처받고, 그 말씀 속에 담긴 의도를 해석하느라 며칠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나의 마음은 점점 더 어머니로부터 멀어졌고, 대화는 더욱 어려워졌다. 화살을 뽑고 대화를 나누는 대신, 화살의 의미를 파악하느라 바빴다. 어쩌면 그 순간 어머니도 나만큼이나 마음 아파하고 계셨을 텐데, 미처 그것을 보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처는 더 깊어졌다. 마치 독화살에 맞은 사람이 화살을 뽑지 않은 채 이리저리 움직이다 상처를 더 키우는 것처럼, 나도 내 마음의 상처를 더 크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수많은 밤을 뒤척이며 고뇌한 끝에, 나는 명료한 하나의 진실을 깨달았다. 내가 찾은 모든 이유와 해석들이, 결국 나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나는 알게 됐다. 상처의 원인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순간 나의 아픔을 인정하고 보듬는 일이라는 것이다. 누가 왜 화살을 쏘았는지 알아내는 것보다, 먼저 그 화살을 뽑아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때로는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모든 것의 이유를 알지 못해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치유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내 안의 화살들을 하나씩 마주하기로 했다. 더 이상 그 화살들의 출처를 찾아 헤매지 않기로 했다. 대신 조심스럽게, 하나씩, 그것들을 뽑아내고 상처를 감싸 안기로 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치유의 시작일 것이다. 아픔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이제 묻지 않는다. 대신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보듬는다.


내면의 아픔을 직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때로는 고통스럽고, 두려움이 몰려오지만, 이것이 바로 진정한 회복으로 가는 여정임을 안다. 지금 이 순간, 내면에 집중하며, 치유해 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나를 살리는 길이다. 오랜 세월 상처로 얼룩진 스스로를 치유하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나는 점점 더 자유로워진다.


이제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은 어떤 화살을 뽑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차분히, 내 속도대로, 나를 치유하는 여행을 이어간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돌봄이며, 깊은 사랑의 출발점이다. 모든 상처는 결국 아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더 강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렇게 매일 순간순간 조금씩 나아진다. 간혹 발걸음을 늦추거나 잠시 멈춰 숨을 고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여정을 계속한다. 때론 돌부리에 걸려 무릎을 꺾고 엎어지기도 하지만, 다시 일어나 전진한다. 이것 자체가 치유의 과정이며, 자기와의 화해이고,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꺼내기도 두렵고, 그냥 두기엔 아픈 그것. 당신의 마음 깊숙이 박혀 있는 독화살은 무엇인가요?

상처의 원인을 찾기보다 먼저 독화살을 뽑아내는 용기를 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치유의 시작입니다. 매일의 작은 실천이 우리를 어떻게 회복으로 이끄는지 함께 나눱봤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내면의 치유를 넘어, 타인과의 관계에서 마주하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풀어갈 예정입니다. 우리가 상대방에게 씌우는 보이지 않는 실을 내려놓는 순간, 어떤 진실된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치유와 관계, 그리고 자기 발견의 여정. 매주 목요일, 이 여정을 함께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