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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믘제옹 Sep 24. 2023

MZ공무원은 연차도, 월급도 너무 적다

MZ공무원이 바라보는 공무원(2)

MZ공무원들이 수습해제(수습기간 동안 본인의 의사에 의해 직을 그만두는 것) 또는 의원면직(원에 의하여 직을 면함을 뜻하는 인사 용어)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인사혁신처에서도 젊은 공무원들의 이탈을 심각하게 인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8월에 제2기 공직인사 청년자문단을 출범하고, MZ공무원들이 공직 사회의 매력을 느끼게 함으로써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MZ공무원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애써 외면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젊은 공무원들이 왜 들어오자마자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것일까요? 바로 월급입니다. 사실 이 점에 대해 모두가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인지하는 것과, 이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파생되는 주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죠. 젊은 공무원의 낮은 월급을 받아들이는 집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고 봅니다. 공무원 외부, 젊은 공무원 당사자들, 그리고 결정권자. 이 세 집단이 젊은 공무원의 봉급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차례대로 살펴보겠습니다.




1) 공무원 외부에서 바라보는 젊은 공무원의 월급 : "어차피 나중에 오르잖아?"

공무원 외부에서는 젊은 공무원의 월급이 적다는 부분에 대해 그들의 선택으로 책임을 돌립니다. 공무원의 봉급이 낮은 것은 예전부터 알려진 사실인데, 그럼에도 굳이 공무원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그 주장도 당연히 맞습니다만, 정작 젊은 공무원들의 초봉을 들으면 대부분 한번에 믿지 못합니다. "겨우 그거 받는다고?" 하지만 그 다음에 오는 말은 바로 "근데 어차피 연차 쌓이면 오르잖아?"입니다. 그 주장도 당연히 맞습니다. 솔직히 외부에서 하시는 말씀들, 다 맞는 말씀입니다.


사실 외부의 시선은 젊은 공무원들의 부모 세대가 같이 공유하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공무원에게 강성 민원을 내는 사람도 자신의 자식이 공무원이 되었다면서 여기저기 자랑을 하는 경우를 꽤 보았습니다. 사실 부모세대에서도 공무원 월급은 박봉이었죠. 하지만 보장된 정년과 더불어 공무원연금의 특수성, 그리고 일부 부패한 공무원들이 어떻게 뒷돈을 받더라는 카더라 등등...박봉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장점들이 많은 분들의 인식에 녹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항변을 미리 드리자면, 세 가지 주요 장점 중 연금은 이미 박살이 났고, 부패한 짓거리는 우리나라 행정의 전산화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언젠가 들킬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음을 말씀드립니다. 보장된 정년 하나가 유일하게 남은 장점입니다.


2) 젊은 공무원이 바라보는 내 월급 : "작고 소중하다기에는 너무 티끌같아..."

그런데 중요한 것은 현재입니다. 사람은 모든 행동을 할 때 기회비용을 생각하기 마련이죠. 대략적으로 공무원 월급을 말씀드려볼게요. 2024년 기준으로 9급 1호봉의 기본급은 전년대비 2.5% 인상된 약 1,815,000원입니다. 소비자물가가 매년 3% 이상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 실질임금은 감소한 결과입니다. 사실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21년 0.9%, '22년 1.4%, '23년 1.7% 인상한 것을 보면 실질임금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습니다. 최저임금으로 공무원과 같은 시간을 일한다면 200만원을 넘게 받는데, 말 그대로 최저임금보다 공무원 월급이 낮습니다. 세전이지 않냐, 수당이 있지 않냐는 반문을 당연히 하실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세후 9급 1호봉의 실수령액을 대략적으로 계산해보겠습니다. 공무원의 수당 구조는 기본급+수당-공제액(세금 등, 연금액)입니다. 일단 매월 받는 수당(직급보조비 등)은 세금, 건강보험료 납부 금액 합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만, 여기에 반강제로 납부하는 연금액까지 합산해서 매월 10만원씩 덜 받는다고 가정하겠습니다(박살난 연금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받는 수당이 1회의 성과급(기본급의 120%)과 2회의 명절수당(기본급의 60%)이 있습니다. 각각 계산을 해보면 2,178,000원, 1,089,000원*2인데, 12개월로 나누게 되면 월 363,000원을 추가로 받는 겁니다. 자, 계산을 마무리하겠습니다. 1,815,000-100,000+363,000 = 2,078,000원이네요. 정근수당은 1년 이상 근무하면 받기 시작하는데, 기본급의 5%부터 시작하니 90,750원을 더 받게 되겠습니다.


'24년도 최저임금 9,860원을 월 법정노동시간 209시간으로 계산하면 2,060,740원입니다. 최저임금과 거의 비슷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년을 버텨야 그나마 100,000원 정도 더 높은데, 사실 이마저도 건강보험료가 인상되면 10~20만원 정도를 뱉어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매년 5월에 정산을 하는데, 그 사이에 호봉이 올라가면 그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다시 계산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비정기 수당도 다 세금이 붙기 때문에 실제는 저 금액보다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공직에 입문한 젊은 공무원들이 고민하는 지점이 바로 저 200만원 월급입니다. 업무강도가 약한게 아니다보니, 다른 곳에서 일하면 충분히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 수 있겠죠. 거기다 국가직 공무원들은 보통 연고지에서 근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관사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는 경우 월세에 공과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3) 결정권자들의 입장 : "월급을 올리기에는 공무원이 너무 많아!"

표현을 편의상 결정권자라고 지칭했습니다만, 월급 인상을 결정하는 인사혁신처 등 소관부서와 관련 위원회 입장에서는 공무원 월급을 올리는 것이 엄청난 부담입니다. 최근 몇년간 공무원 채용을 급격하게 확대하다보니 딜레마에 빠진 것입니다. 21년말까지 전국 공무원수가 19% 가까이 증가했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현직에 계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전히 공무원 수는 적습니다. 바쁜 곳은 여전히 1명이 3~4인분의 일을 하다가 결국 휴직을 하게 되는 결말을 보고 있죠. 전에도 언급했지만, 노는 공무원들도 꽤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반적으로 인력 조정이 있어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은 드나, 거의 불가능할 게 인력에 대해서는 큰 싸움으로 번지기 십상이라 이 싸움을 조장할 엄두가 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공무원 월급은 국민이 내는 세금과 직결되는 부분이다보니 인상하는 것에 대해서 더 큰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특이하게도,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지 않는 국가기관도 존재합니다). 100만명이 넘는 공무원의 보수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예산안을 통과시킨다면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이 당연하겠죠. 공무원에 대한 시선이 그닥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논란을 일으킬 이유가 딱히 없기 때문에, 공무원 월급 인상이 매년 주장됨에도 반영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공무원 보수는 사실 일반 국민들에게 설득이 크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공무원이라서 월급을 올려야 한다는 건 당연하게도 이유가 되지 못하죠. 다만, 공무원 보수를 낮게 주면 부패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커집니다. '소확횡(소소하고 확실한 횡령)'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것은 민간, 공직에 관계없이 적은 월급에서 오는 간절한 몸부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려스러운 건, 이러한 행태가 관행이 되면 공익과 직결된 행정 시스템이 누군가에게 악용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돈 나올 곳을 찾기 위해 업무시간에 주식만 몰두한다거나, 손 대서는 안될 짓을 한다거나.

 

인사혁신처에서 공직박람회를 개최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보수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는 것에 대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젊은 공무원들은 매월 월급날 푸시알림으로 오는 입금 금액을 보고 한숨만 내쉬고 있습니다. 사기가 가장 오르면서 또 가장 떨어지는 날이 월급날이 되어버렸습니다. 행정학에서 공무원 보수 결정은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민간과 너무 차이나지 않게 봉급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젊은 직원들이 느끼는 민간과 공직의 보수 간극이 지속되는 한, 현재 공직사회에서 지적되고 있는 MZ공무원의 퇴사러시, 사기저하 등은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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