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장맛

서서히 부서지고 녹아내렸다

by 내사랑예봄아

어느 날, 나는
어딘가로 불쑥 던져졌다

살갗을 파고드는 쓰라림에
“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축축하고 숨 막히는 어둠 속
나는 꼼짝없이 사로잡혀 있었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향기
여름 해변, 아이들 웃음소리
바람에 물결치는 금빛 대지
마법 같은 하얀 겨울—

그 모든 것이 닿지 않는 그곳에
나는 홀로 남았다

세월은 흐르고, 또 흘렀다

그렇게
내가 붙들던 모든 것들은
서서히 부서지고
물처럼 녹아내렸다

어느 순간
오랫동안 들리지 않던
사람들의 발자국,
웅성거림이 밀려왔다

덜컹, 덜컹… 드르륵…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들자
쏟아진 햇살에 눈이 찔렸다
뿌연 먼지 틈으로
사람의 실루엣이 아른거렸다

그리고,
누군가의 한마디에
내 몸은 뜨겁게 떨렸다

“아… 이거, 귀한 약이 되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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