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지 않은 시간
사랑이 어긋난 뒤에도
우리는 쉽게 끝내지 못한다.
대신
조금 더 기다린다.
그 사람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거라고 믿으면서
그날 이후
연락의 속도가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별일이 없어도 전화가 왔고
별 의미 없는 말들이
대화를 채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대화들이
사랑의 체온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연락은 이유가 있어야 했다.
퇴근했어.
지금 뭐 해.
오늘 좀 바빠.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전과는 달랐다.
나는 그 변화를
모른 척했다.
사람은 이상하게도
사랑이 변하는 걸
제일 늦게 인정한다.
괜찮아.
바쁠 수도 있지.
스스로를 그렇게 설득했다.
하지만 기다림에는
언제나 조용한 질문이 붙는다.
왜 예전 같지 않을까.
나는 그 질문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사랑이란
조금쯤 참는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다.
연락이 오기를,
다시 예전처럼 웃어주기를,
아무 일 없다는 듯
우리의 시간이 돌아오기를.
지금 돌아보면
나는 그 사람을 기다린 게 아니라
사랑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기다림은
사랑의 증거처럼 보이지만
가끔은
끝나가는 사랑을
붙잡고 있는 시간일 뿐이다.
그때의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조금 더 기다렸다.
나는 그를 기다린 게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