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의 간극

사랑은 같았지만 이해는 달랐다

by 그릿 grit

사랑의 콩깍지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이게도 하지만
가끔은 중요한 것들을 흐리게 만든다.
우리는 둘 다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처음 겪는 사회생활에
서툰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고,
그 사람도 막 사회에

발을 들인 참이었다.
바쁘다는 말은
그때 우리에게 꽤 그럴듯한 변명이었다.


어느 날
그는 회식이 있다고 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자리라고.
그날 밤
연락은 늦어졌고
목소리는 점점 풀어졌다.
결국 그는
필름이 끊길 만큼 술을 마셨다.


다음 날 아침
헬렐레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술이 덜 깬 채
출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서운했다.
밤새 연락이 잘 되지 않았던 것도,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또 출근을 해야 하는 그 모습도.
“회식도 일이야.”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다 이해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내 마음을 이해시켜 주지는 않았다.
나는 말했다.
“그래도 연락은 할 수 있었잖아.”
그는 말했다.
“정말 정신이 없었어.”
틀린 사람은 없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멀어졌다.


그날 우리는
큰 싸움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서로 다른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서운함의 자리에서
그는 이해받고 싶은 자리에서.


사랑은 같은 방향을 본다고 믿었는데
가끔은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날 처음 알았다.
사랑이 식는 건
큰 사건 때문이 아니라
이해의 간극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리고 콩깍지는
사랑이 끝날 때 벗겨지는 게 아니라
이런 사소한 순간에서
조금씩 얇아진다는 것도.

사랑이 흔들린 건 사건 때문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