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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순이 Jan 17. 2021

여행 말고,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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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코로나가 터지고, 때마침 퇴사까지 하며 집콕을 하게 되었을 땐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집에서도 할 건, 놀 건 많았다. 


 너무 답답할 땐 집 앞 공원이나, 카페에 앉아 한 두 시간씩 앉아 있다 왔다. 그것만으로도 답답함이 해소되고, 대부분의 스트레스도 가라앉았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견딜 수 있었던 건, 카페의 덕이 컸다. 


 카페를 가면서도, 의아함은 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카페'라는 공간에 열광할까.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 그 이상이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지만, 친구를 만나고, 업무 미팅을 하고,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영화도 본다. 

 

 '카페 투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카페들은 공간으로써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작고 조용한 개인 카페는 아기자기하고 주인의 취향이 가득 담겨 있어 좋고, 탁 트인 널찍한 카페는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특이한 콘셉트의 카페도 많다. 그림을 그리거나 컬러링을 할 수 있는 카페, 북카페, 보드 게임 카페, 스터디 카페 등등. 종로 학원가 주변의 카페들은 카공족을 위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우연히 갔다가 독서실처럼 조용한 그 분위기에 반해 한동안 그런 곳만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주변 사람이 유별나다 할 정도로 카페라는 공간을 좋아했다. 식사 시간에 밥을 먹기보다 카페에 가는 게 좋았다. 책도 카페에서 읽으면 더 집중이 잘 됐고, 무언가를 쓸 때도 카페에서 더 잘 써졌다. 대체 앉아서 무얼 하냐며 카페를 싫어하는 이들도 많지만 내게는 '카페 가자!'라는 말이 가장 설렌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카페를 갈 수 없게 되었다. 영업을 하지 않은 건 아니나, 테이크아웃과 배달만 가능하게 된 것이다.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심정에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집중의 시간을, 휴식을 제공하던 공간이 사라진 것이다. 

 음료를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써달라는 수칙을 지키지 않는 이들이 많이 눈에 띄긴 했다. 어쩌면 예정된 결과였지만, 선량한(?!) 이용자였던 나는 못내 억울하고 서운하였다. 기간이 연장되면 연장될수록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다. 


 커피야 집에서도 마실 수 있다. 오래전 구입한 네스프레소 머신이 열일 했고, 영업이 어려워진 카페들은 드립백을 제작해 팔기 시작했다. 테이크 아웃도, 배달도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커피'가 아닌 '카페'라는 공간 그 자체가 사라진 데 있었다. 그런대로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며 카페 분위기를 내보려 했지만 영 신통치 않았다. 집중도 잘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허리가, 골반이 아팠다. 코로나로 잃은 일상은 너무나도 많고, 심지어 외식을 한 지도 네 달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내게는 그보단 카페가 시급했다. 여행이고 쇼핑이고 다 필요 없으니 제발 카페라도... 






 드디어 내일부터, 카페도 조건부 운영이 실시된다. 오후 9시 이전에는 안에서 마실 수 있게(간격을 두고), 카페라는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평소 카페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남자 친구조차도 '카페가 가고 싶다'라고 하던 차이다.


 아직도 코로나 상황은 암담하기만 하지만... 철없게도 설레고 말았다. 드디어, 카페라도 갈 수 있구나... 물론 예전처럼 자주 가거나, 오래 머물진 못 할 것이다. 그래도... 숨통이 트이는 것만 같다. 

 다들, 마스크를 잘 써주세요.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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