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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순이 Jul 22. 2022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건 아니야

사실 읽어주길 바래

 "왜 쓰고 싶으세요?"

 에세이 수업 첫날, 선생님의 질문이었다. '첫 수업'이라는 어색한 공기를 가득 머금은 채 다들 쭈뼛거렸고, 결국 선생님이 본인의 이야기를 하며 마무리됐다. 


 초등학교 시절, 글쓰기가 제일 싫었다. 일기는 마지못해 썼고(방학에는 밀리는 것이 국룰) 독후감 또한 어떻게 하면 쉽게 쓸 수 있을까 연구하며 뒤표지의 해설이나 줄거리를 참고해 베꼈다. 

 글을 자발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고학년, 한 가수의 팬이 되면서부터였다. 꾸준히, 거의 매일 편지를 썼다. 사랑고백이 반, 신세한탄이 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보낸 것도, 보내지 않은 것도 있는데 제발 그 가수에게 전달되지 않았기를...... 

 중학생 때도 자발적으로 글을 썼다. 나에게 글쓰기는 일종의 분출구였다. 분노의 일기를 썼고, 이때부터 허구의 이야기도 쓰기 시작했다. 역시 팬심이었다. 인터넷 소설이 유행했었는데, 팬픽(팬픽은 팬픽션의 준말로, 본인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망상을 펼치는 장르이다.)을 읽다가 쓰기에 도전했다. 내가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끝맺는데 얼마나 소질이 없는지 깨달았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구체적으로 작가라는 꿈을 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작가 지망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습작을 하고, 합평에도 참석했다. 하지만 다들 왜 이렇게 꼰대였던 거죠... 작가 지망생에 대한 혐오만 짙어졌다.


 성인이 되어 오랫동안 쓰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했으나 일기라고 하기도 민망한 글 뿐이었다. 간간히 글을 쓰고 싶은 시기가 찾아왔고, 쓰는 게 좋아서 썼다. 딱히 목적도, 성과도 없었지만 잊을만하면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솟았다. 딱히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 하지만 그렇다면, 일기장에 쓰면 될 텐데. 누군가 읽을지도 모르는 공간에 글을 쓰고 있다는 건, 누군가는 읽어주기를... 나와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에세이 수업을 들으며 이런 생각은 더욱 짙어졌다.  수업에서 글을 쓰고 다른 이들의 평가를 듣는 게 두려우면서도 즐거웠다.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수업을 신청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매주 빼먹지 않고 과제를 낸 내게 사람들은 '성실하다' 했지만, 한 편이라도 더 내 글을 보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수업을 들은 뒤 조금씩, 욕심이 난다. 글을 써서, 나름의 성과라는 걸 내고 싶다고. 글에 있어서 성과라는 건 무엇일까. 누군가가 읽을만한 글을 써내고, 누군가가 읽어주는 것 아닐까? 아직은 먼 길일뿐이지만... 어쨌거나 그래서 오늘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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