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허락하는 시간
벌써 가을인가 싶을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다.
늦여름일까 생각했는데 벌써 서늘한 바람은 가을이 왔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사진을 찍었을 때가 9월이었는데 이미 몇 주 사이에 날이 서늘한 가을이 되어버렸다.
가을은 사진을 즐기는 이들에겐 너무나도 설레는 계절이다.
하늘은 높고 자연은 색동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온 사방이 셔터만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필름카메라에겐 각각의 필름이 주는 색감을 뽐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문득 아직 끝내지 못한 흑백필름이 들어있는 F3 가 떠오르며
이번 가을이 지나기 전에 칼라필름으로 교체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햇살에 몸을 맡길 뿐.
해 질 녘의 사진은 그 어느 조명보다도 더 아름다운 따뜻함과 연출을 해주는 햇살이 거의 모든 걸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햇빛이 갈라지는 곳, 그림자 옆에 빛이 드러나는 곳이 스포트라이트라고 생각하고 찍다 보면 이래서 골든타임이구나 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된다.
하지만 저 정도의 색감이 나오려면 해가 거의 저문 시간이어야 하다 보니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높은 숲이나 산이 있는 곳이면 만나기 쉽지 않다.
햇살에서 선이 뿜어져 나오게 표현하는 플레어는 조리개를 조여주면 렌즈의 특성과 함께 표현되는 효과이다. 대낮에도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햇살을 조리개를 조여서 (F22) 찍어 플레어 효과를 줄 수 있다.
항상 후회하지만 항상 설렘으로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사진이 아닐지.
오늘도 자연에게 배운다.
Vincl.
2023년 9월 초가을의 어느 날. 워싱톤디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