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로비에서 플래시몹을 2

초격차기업을 춤추게 하다 3

by B군

"피디님! 큰일 났습니다. 빨리 현장에 와 보세요!"


전화 너머로 카메라 감독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서둘러 현장으로 달려갔고, 로비의 광경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로비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었고,

2층 난간에도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마치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아니, 우린 이제 막 플래시몹을 기습적으로 시작하려던 참인데,

일상의 공간에서 깜짝 이벤트처럼 펼쳐져야 할 춤판이

시작도 하기 전에 구경꾼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다니!

춤을 추기 위해 모인 멤버들조차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이게 무슨 플래시몹이야! 그만둬야 하나!란 생각을 할때....)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원인은......

바로 나였다.


첫 연습 때 10명 남짓 모인 게 불안해서

한 명이라도 더 모이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뿌렸던 홍보 메일.

그 열정이 과했던 모양이다. 메일은 사내에 일파만파로 퍼진 모양이었다.


그 메일을 보고 2차 연습 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좋았지만

그 메일을 본 많은 사람들이 플래시몹을 언제 어디서 하는지 알게 되었고,

사내에서,

그것도 건물 로비에서 갑자기 플래시몹을 하는 것을 궁금해하는

수백 명이 관객을 모셔온 셈이다.

(이렇게 메일의 힘이 셀 줄이야 ㅠㅠ)


합합동호회 리더와 주요 멤버들과 긴급회의를 열어 내린 결론은

플래시몹처럼은 아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보여주자!".


로비 한쪽에서는 감미로운 클래식 연주가 시작됐다.

잠시 후 그 클래식 선율이 익숙한 멜로디로 변주되었고,

곧 스피커에서 마이클 잭슨의 beat it이 터져 나왔다!


페도라를 눌러쓴 한 남자가 군중을 헤치고 나와 무대 중앙에 섰다.

첫 비트와 함께 그의 몸이 움직이자, 모든 소음이 순간 멎었다.

그리고 그의 동선을 따라 세 명이, 아홉 명이 되고,

이내 양옆에서 각기 다른 무리가 합류하며 거대한 군무가 펼쳐졌다.


무뚝뚝하던 보안요원이, 묵묵히 청소하시던 여사님이,

방금까지 휴대폰만 보던 직원이 우리와 같은 춤을 추는 순간,

로비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 모든 반전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3분 남짓한 시간이 끝나고, 음악이 끝나자, 춤을 췄던 모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썰물처럼 흩어졌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었다.

그들은 전문 댄서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우리의 동료, 개발자이고 기획자였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영상 속에 담긴 그들의 표정은 순수한 기쁨 그 자체였다.

누가 시키지 않고, 자발적으로 모인 그들의 모습이었기에 나올 수 있는 모습이었다!

서툰 몸짓으로 서로 눈을 맞추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그 어떤 전문적인 공연보다 큰 울림을 주었다.


2층 난간에서 그 광경을 내려다보던 나는,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영상을 돌려보면, 음악이 끝난 뒤 터져 나온 함성과 박수 소리가 귓가에,

아니 마음속에 생생하게 울린다.


세월이 흘러도 나는 그날의 함성을 잊지 못할 것이다.

범한 일상에 우리가 선물한 작은 이벤트가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여유가 되었기를.

그리고 나 역시, 그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의 한가운데에 있었음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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