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자기업을 춤추게 하다 2
회사 로비에서 지금은 회사를 나간 두 사람과 같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 로비에서 사람들이 단체로 모여서 춤을 추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플래시몹을 하면 어떨까요?"
그 후 나는 당장
내가 알고 있는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메일 제목과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아래와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회사에서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지 않나요?"
나는 예전에 인연이 된 사내 힙합동아리 멤버들과
그 시절 열정 하나는 우주 최강이던 TEDx** 사람들에게 연락했다.
그렇게 플래시몹 D-day 한 달 전,
프로젝트를 같이 기획할 사람들과 춤을 가르쳐 줄 용자들이 1차 연습을 위해 모였다.
그냥 "하고 싶은 사람들은 오세요!" 식의 메일을 보낸 것을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혀 계획적이지 않고 즉흥의 콜라보였다.
이 메일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까?
연습을 위해 예약한 체육관 강당.
메이킹 촬영을 위해 촬영 스텝과 함께 문을 열었고,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큰 강당은 휑했다.
고작 10여 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 어색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부여잡고, 간단하게 취지를 설명하고
안무 연습을 시켰다.
어찌어찌 간단한 안무 연습을 마치자(사람이 없어서 연습을 오래 할 수도 없었다)
댄스 동호회 회장이 나를 붙잡고 심각하게 말했다.
"PD님! 인원은 어떻게든 모을 수 있다면서요!"
"......"
"사람이 이렇게 없는데 플래시몹이 가능한가요?"
발등이 불이 떨어진 나와 기획을 하던 친구들은 다시 미친 듯이 메일을 돌리기 시작했다.
"여러분! 저희가 플래시몹이란 걸 할 건데요!
관심 있는 사람들은 연습하러 오세요
그리고 이 메일을 지인들에게 마구 뿌려주세요"
그렇게 우리의 절박함이 담긴 메일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회사를 휘젓고
다니며 널리 퍼졌다.
그리고 정말 기적처럼,
2차 연습 시간에는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다음 연습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리고 플래시몹을 준비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촬영 보안 문제가 나오면, 보안팀 담당자를 연결해 주는 분.
현장에 음향시설 지원이 필요하면, 음향 지원이 가능한 분을 연결해 주는 분.
이건 단순한 춤판이 아니었다.
플래시몹을 통해 춤과 안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다시 연결되고,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거대한 그림을 완성해 가는 짜릿한 경험이었다.
12월. 결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플랜은 이랬다.
점심시간, 로비에서 우아하게 연주하던 클래식 3중주가
갑자기 마이클 **의 '******'으로 바뀌면서 시작되는 것!
(힙합 동호회 왈, "이 노래가 플래시몹의 국룰은 입니다. 이건 진리예요.")
D-1 저녁 최종 리허설을 위해 모두가 로비에 모였다.
실제처럼 카메라 리허설까지 진행했다.
재미있는 건, 퇴근하던 외국인 임직원들이 연습 모습을
신기한 듯 보고 있었다.
"우리 내일 여기서 재미있는 것을 할 건데, 같이 하지 않을래요?"
우리는 즉석에서 그들을 섭외했고, 덕분에 플래시몹은
외국인 친구들도 같이하며, 더 다양한 그림이 가능했다.
그렇게 D-day , 운명의 점심시간.
우리는 청소하는 여사님, 현장을 지키는 보안요원. 무심코 로비를 지나는 직원 등
각자 맡은 역할로 위장한 채 현장에 잠입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카메라 감독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피디님! 큰일 났습니다. 빨리 현장에 와 보세요!"
나는 서둘러 현장으로 달려갔고, 로비의 광경을 보고
그 자리에서 몇 초간 움직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