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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군 Feb 02. 2024

걷기


산책이나 걸으며 돌아다니기를 좋아한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싹이 보였는데,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저 멀리 가평에 계시는 양씨 성을

쓰는 그분은 생일날이나 가족들이 모였을 때 회상에 젖은 듯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는 어렸을 때 잠만 자면 돌아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 발로 차서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고.


그렇게 나는 아기 때 잠자리에서도 돌아다녔다.

작은 이부자리를 돌다가 그 세계를 벗어나 방바닥을 뒹굴며 미개척지를 찾아 떠났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도 이런 습관(?)은 이어졌는데,

(혹자는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동네에서 여의도나 신촌, 종로까지 친구들과 

1시간 넘게 걸어 다녔다.


어느 날에는 동네에서 어린이 대공원이 있는 중곡동까지 걷기로 했는데,

지금은 없어진 사회과부도에서 서울 지도를 보고

마포를 지나 강변북로를 타고 친구들과 서울 서쪽에서 동쪽으로 걸어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한 코스가 아닐 수 없는데,

자동차 전용도로를 걷는 남자아이들 4명을 상상해 보라!

휴대폰도 없을 때라 신고를 못 해, 우리들을 그냥 놔둔 게 아닐지......

영화 <스탠 바이 미>에 나오는 아이들을 상상하며, 걸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와 친구들은 여름 땡볕 아래 15km가 넘는 길을 하루 종일 걸었다.

걸은 기억이 자세히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면 특별히 좋거나 나쁜 일은 없었나 보다. 

그냥 청소년 시절 한 추억으로 묻어두면 될 것 같다.


군대에서 훈련 때 강제로 걸었던 것을 빼면

자유롭게 걷는 여행은 어린 시절부터 습관 때문인지, 자연스럽고 편하다.

특히 걸으면서 새롭게 보는 풍경과 경험들이 삶의 활력을 주고

가보지 않은 길은 걷고 싶은 로망이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족들은 그런 여행보다 한곳에 머물면서 쉬는 여행을 좋아하기에

어른이 된 이후 걷는 여행을 한 기억은 거의 없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나는 걷는 여행을 하고 싶다.

길을 걸으며 몸은 고단하고,

낯선 잠자리에서는 외로움이 밤새 내려앉을 때도 있지만 

내 의지로 걷는 순간, 내가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

오늘도 걷는 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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