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후, 스산한 바람이 불어
노랑, 빨강 단풍잎들이 길섶에 나뒹군다.
입동의 문고리를 잡으며 세월은
벌써 11월의 한가운데에 머물렀네.
새벽, 까치 소리 왁자지껄 요란스럽게
좋은 일이 일어날 듯이 지저귀고.
멈출 수 없는 세월의 행진은
늘 빈손인 우리에게 익숙한 듯
가을의 정취 한 움큼 쥐여준다.
따사로운 햇살을 훔쳐서 라도
이곳에 남아 있고 싶어라.
마음을 비우고, 낙엽 지는 이야기로
풀려버린 영혼을 깨우며
이 햇볕 고운 가을날들을 만끽하고 싶다.
짙어 가는 가을의 내음이
길가의 가로수들을 감싸 안고,
쓸쓸한 기억처럼 이별을 헤아려 갈무리한다.
햇빛 사이로 뚝 떨어지는 낙엽 하나,
눈앞에 보이는 가을의 마지막 몸부림.
이제 침묵의 겨울을 준비하며
식어가는 다사한 가을볕을 찾아
가슴 깊이 품어 들고 싶다.
2018.11.13. 출근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