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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잠시 머물다 간 오후에

가을이 전해준 고요한 평온 한 조각

by Pelex

Prologue | 마음을 잠시 쉬어가는 시간

계절이 깊어질수록
하루의 속도도 조금 느려지는 것 같습니다.

가을의 문턱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마음의 숨을 고르고 싶었습니다.

가을 찬양

노란 낙엽, 빨간 낙엽이
부드럽게 깔린 길을 걸었습니다.

낙엽 밟는 소리.
바람이 스치는 소리.
이름 모를 새가 남기고 간 짧은 울음.
그리고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

오늘의 공원은
이 모든 소리를 모아
조용한 합주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 계절이 다 지나기 전에
눈에는 장면을,
귀에는 바람의 결을
고요히 담아두고 싶었습니다.

사람들 발길이 적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
가을빛 한 폭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
그냥 그 자리에 머물러 보았습니다.

빛은 부드럽게 내려앉고
마음속 오래된 생각들도
조금은 순해지는 오후.

폼 나는 삶은 아니었지만
후지지 않으려 애써온 날들.
그 시간들이
바람처럼 잔잔하게 다가와
나를 가볍게 안아주었습니다.

Epilogue | 오늘을 남기는 문장

가을은 오늘도

내 마음을 천천히 덮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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