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첫눈이 마음을 덮었습니다”
밤새 몰래 첫눈이 내렸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세상 위에 흰 침묵을 내려놓듯
가을의 마지막 잎들을 살며시 덮어 주었습니다.
출근길에 나는
노랑·빨강 낙엽 위에 쌓인 차가운 눈을
사각사각 밟으며 걸어 나섭니다.
첫눈은
아직 떠나지 못한 가을이 미안했는지,
혹은 질투가 났던 건지
밤새 조용히, 그러나 펑펑
하얀 마음을 기슭처럼 쏟아부었나 봅니다.
그 때문일까요.
첫눈이 내린 아침은
늘 조금 쓸쓸하고,
또 조금 따뜻합니다.
나는 마음속에 작은 등불 하나를 켜고
소리 없는 미소로
젖은 첫눈을 바라봅니다.
순백의 황혼이
머리 위에 가볍게 내려앉던 그 순간처럼,
마르기 전에 품어두고 싶은 기억들이
조용히 가슴을 스칩니다.
버리지 못한 것들,
남겨둔 그리움들이
산등성이처럼 겹겹이
마음 한쪽에 쌓여 있습니다.
문득 떠오르는 세월의 얼굴들—
그리움이 되고, 설렘이 되어
잊고 있던 사람 하나
이 첫눈 위에서 다시 떠오릅니다.
나는 하얀 눈 쌓인 낙엽 위에
천천히 발자국 하나를 남기며 걸어갑니다.
그 발자국들이
누군가의 길이 되고,
또 누군가의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겨울의 서곡, 첫눈 내리는 날.
오늘 이 길을 걷는 모든 사람들이
조금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