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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Jan 23. 2024

유럽의 열악한 공중 화장실 문화

저를 포함, 외국에 사시는 한국분들은 한국의 의료서비스가 거의 세계 제1이라고 평가하며 이와 더불어 공중 화장실 서비스도 한국이 최상위권이라는데 별 이견들이 없으십니다. 수십 년 전에도 한국의 웬만한 건물에 공중화장실이 있어 길을 가다가 갑자기 급한 볼일이 있어도 해결에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단지 과거에는 공중 화장실 시설이 열악하고 대부분 휴지가 구비되지 않았지만, 주변 가게나 약국에서 손쉽게 휴지를 구매할 수 있어 위기를 넘기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요즘은 공중 화장실 시설이 월등히 개선이 되어 대부분 휴지를 구비하고 있고 백화점 화장실의 경우 배변의 공간을 넘어서 문화 공간으로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기본적으로 공중 화장실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화장실이 개방된 꼬마 빌딩들이 많지만 유럽은 이와 같은 빌딩수 자체가 무척 적은데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된 건물들을 보존하는 국가 정책 때문이라 하며 이런 오래된 건물들은 화장실수 자체가 제한되어 있고 외부인은 거의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별도로 제작된 공중화장실을 운영하는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대부분 유료 화장실입니다. 요즘 시세를 보면 적게는 0.7유로 (약 1,000원) 많게는 2유로 (약 2,800원)까지 이용료를 받고 있으며 어느 화장실은 대/소변 이용료를 차등적용하여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무안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첫 번째로 대형 호텔입니다. 대형 호텔은 출입이 자유롭고 화장실도 크고 청결하여 무료 화장실 제1 순위입니다. 그다음은 대형 쇼핑몰인데 과거에는 쇼핑몰 화장실이 대부분 유료였으나 요즘은 서비스 차원인지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 업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다음은 큰 회사들이 위치한 큰 건물들입니다. 물론 이 경우 리셉션의 간섭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을 기다리는 척하며 잠깐 시간을 보내다가 슬쩍 화장실을 이용하면 대부분 통과됩니다.


네덜란드도 화장실 문화가 인색한 편입니다. 최근 무료 공중 화장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매우 후진국형이며 밖으로 볼일 보는 모습이 노출되어 웬만큼 급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는 형태입니다. 물론 큰일은 볼 수 없으며 남성 전용입니다. 얼마 전 어느 여성이 너무 급했는지  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완전히 쭈그리면 너무 노출이 심해 어정쩡하게 선 자세로 볼일을 보고 있다가 저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순간 이게 유럽에서도 선진국인 네덜란드가 맞냐라는 의구심을 들게 했으며 그 어색한 눈 마침은 아직도 작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습니다.



한 번은 네덜란드의 제2 도시인 Rotterdam 중앙역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그 큰 역에 화장실은 남녀 공용 하나가 있더군요. 잠깐 이용하려 하니 10여 명이, 그것도 남녀 공용이라 남자, 여자가 섞여 줄을 서고 있어 일찌감치 포기하고 근처 카페에서 차 한잔을 시켜 놓고 카페 화장실을 이용한 적도 있었습니다.


아래는 네덜란드에서 공연 등이 있을 경우 사용하는 무료 간이 화장실인데 보시다시피 프라이버시와는 거리가 멀며 웬만큼 급하지 않으면 선뜻 이용하기 힘든 형태입니다.


제 경험상 그나마 영국, 프랑스에 무료 화장실이 좀 많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무료는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위생상태가 열악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럽 사람들은 소변을 잘 참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12시간 정도 비행기를 탄 적이 있는데 옆에 앉은 유럽 사람이 몇 캔의 맥주를 비우고도 화장실을 거의 안 가더군요. (두 번 정도 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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