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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Feb 14. 2024

네덜란드에서 본 히딩크 감독

2002년 월드컵으로 인해 네덜란드 히딩크 감독은 당시 대한민국에서 국민 영웅이었지요. 히딩크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추대하자라는 애기까지 나왔으니까요.  당시 네덜란드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예상을 뒤엎고 계속 선전하다 보니 대한민국 축구팀과 히딩크 감독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CF 에도 사용되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CF 장면은 히딩크 감독이 자다 꿈을 꾸는데 (물론 히딩크 본인이 아니고 비슷하게 생긴 CF 배우) 선수들이 너무 플래이를 못해 (꿈에서는 선수들이 서양인들이더군요) 꿈속에서 내내 답답하고 괴로워하다 화들짝 눈을 뜨게 됩니다. 그런데 침대옆에 본인과 동양선수들이 함께 웃으며 찍은 기념사진 액자가 있는데 이를 보고 흐뭇하게 웃으며 다시 잠을 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동양 선수들이 대한민국 팀이라는 언급은 없었지만 당시 분위기를 보면 대한민국 팀을 암시했고 히딩크 감독이 그들과의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산다는 의미였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보험회사 선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히딩크는 네덜란드 동부의 독일 국경에 위치한 파르세벌트 (Varsseveld)라는 조그만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이 마을은 인구가 1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여행지와는 거리가 먼 조그만 동네인데 2002년 월드컵 이후 히딩크의 마을이라 하여 한국 여행객들이 성지순례하듯 방문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방학 동안 놀러 온 조카 때문에 이 마을을 방문했는데 마을 입구부터 태극기와 네덜란드 국기가 함께 걸려 있어 저희를 환영했으며 근처 조그만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 주변 네덜란드 손님들의 따뜻하지만 다소 부담스러운 (?) 시선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조그만 동네를 걷다 보니 중국식당 (이 동네 유일의 아시아 식당일 것입니다) 유리창에 한국어로 "히딩크 감독이 즐겨 찾었던 중국식당"이라고 써서 한국 방문객들을 유혹했으며 동네 중간에는 히딩크 박물관이라고 꾸며놓은 조그만 집도 있더군요. 그리고 마을 시청에는 큰 현수막이 있었는데 "히딩크를 대통령으로"라는 구호가 영어로 적혀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구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좀 불편한 마음도 생기게 하더군요. 그만큼 대한민국 정치 수준이 낮다는 것을 방증하는 거니까요... 


저는 실제로 히딩크 감독과 애인인 엘리자베스를 보았습니다. 당시 저는 출장에서 돌아와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줄을 섰는데 제 뒤에 애인 엘리자베스와 함께 택시를 잡으려고 줄을 서시더군요. 감독님이 저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제가 한국인임을 인지하신 듯 웃으며 원하면 사인도 해 주겠다는 표정도 지으셨지만 저는 두 분의 사생활을 방해하지 않고 싶어 눈웃음만 지은 후 더 이상 그분들을 보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서 영웅으로 취급받아 전용 승용차 및 운전기사가 있었고 대한항공에서도 평생 1등석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했지만 막상 자기 나라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줄을 서며 택시를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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