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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Oct 11. 2024

그 시절 도대체 왜

나도 그때의 내가 도무지 이해가

예전에는 멋지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참 별로라고 느껴진다.


"도대체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까?"

가끔 과거의 사진을 통해 아니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을 통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착각들을 하면서 살아왔구나 싶다. 흘러간 유행가가 촌스럽게 느껴지는 것처럼 당시에는 그때의 유행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도 전혀 어울리지 않고 어색한 모습의 사람을 멋있다고 착각하기도 했다. 세상을 모두 구할 것 같았던 그의 거짓말에 속았구나 싶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그 시절의 내가 이해가 되지 않고 난해할 뿐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종종 낯선 이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뭔가 나랑 결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말을 할수록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사람은 나도 모르게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속으로는 웃어야지 생각하고 있지만 자꾸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말하지 말고 들어줘야지 생각하고 있지만 이미 산 위로 힘차게 올라가는 배를 멈추고 싶어 진다. 그러다가 그냥 이 시간이 얼른 지나가길 기도한다. 그저 같은 부류의 사람이 지나가다가 합체하여 이야기가 길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나름 귓속말을 한다고 하는데 다 들린다고 한소리 하며 지나가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당황스러운 날이 있다. 정말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열을 올리면서 욕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당황스러워한다. 이중인격자처럼 장점을 보고 단점을 지적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바로 단점을 지적하는 나를 보며 또 당황한다. 내 속엔 정말 수많은 감정들이 있다. 아직도 단단히 굳은 심지를 가지지 못한 어른이가 바로 나였다니!


그래, 그런 거겠지 p.71

어쩌면 내가 부단히 애를 쓰지 않아도 결국 떠나갈 존재였던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가혹하게 다뤘던 내 몸에서 무엇이 떠나버렸는지, 나를 붙잡고 있던 무언가를 굳이 매몰차게 밀어낸 건 아닌지 깊게 생각해 본다. 미리 헤어지지 않아도 될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자연스러운 섭리의 흐름에 따라 떠나버린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명확하게 알지 못할 것 같다. 또 한참을 지나고 난 후에야 알게 되겠지? 어쩌면 영영 알지 못할 수도 있고.

그래, 그런 거겠지.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봉태규, 더퀘스트, 2023.05.10.)


과거에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다. 살다가 저렇게 눈에 띄는 멋진 사람이 있구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봤는데 도대체 나는 저 사람이 왜 멋지다고 생각했을까 의문이 든다. 아마 과거의 멋짐을 다 잊어버리고 이제 구림으로 가득 차 늙어버렸을 수도 있고, 아님 과거부터 별로였는데 내가 착각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변해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괜찮은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무던하게 노력해야 그렇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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