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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Oct 14. 2024

두근두근 야구장

야구도 인생

야구장은 언제나 인생의 요약판 같은 느낌입니다.


"야구장에 처음 간 날 추첨으로 선물을 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지도 않을 떡을 미리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나였다. 야구장에 처음 간 날 홈팀의 경품 추첨이 있었다. 상품은 무려 대형 냉장고와 휴대폰이었다. 번호가 전광판에 나오고 당첨된 환호하는 사람들이 손을 흔드는 장면이 다시 전광판에 펼쳐졌다. 처음 야구장에 간 날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두근두근 긴장했다. 설마 내가 경품에 당첨되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야구장에 몰래 반입한 소주를 숨기고 있어야 하나, 전광판에 내 얼굴이 나오면 나는 얼굴을 가려야 할지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물론 그날 나는 제일 작은 경품은커녕 담장을 넘어오는 공 하나 받지 못하고 돌아갔다. 하긴 날아오는 공에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야구를 보지 않아도 야구장이 좋다."

야구장에 자주 갔었다. 한 여름 평일 야구장은 사람이 없어서 표를 사기 편했지만 저녁에도 무더위가 가시지 않아서 야구를 보기에는 여전히 숨이 막혔다. 뜨거운 여름날 외야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3회부터 일방적으로 지는 경기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 7회가 지나자 주변에 욕하는 아저씨들이 대놓고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우리도 500ml 생수병에 얼린 소주와 마른오징어를 씹다가 점수가 크게 벌어지자 시합 중인 선수들에게 등 돌리고 뒷자리 처음 보는 아저씨들과 서로의 안주를 공유하며 술을 마셨다. 끝내 역전하지 못한 시합이 끝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 한가해질 때까지 누워서 야경을 즐기다가 돌아왔다. 그해 내가 응원하는 팀의 성적은 하위권이었고 야구장은 야구를 즐기기보다 가끔 술을 마시러 가는 곳이 되었다. 물론 나중에 크게 점수가 벌어지면 몰리는 인파를 피해 8회에 야구장을 탈출하기도 했다.


"나는 어쩌다 이 팀을 응원하게 되었을까?"

어릴 적 응원하는 팀을 정하는 것은 별 고민이 없었다. 어린 날 고민하지 않았기에 오랜 시간 고생을 하였다. 응원하는 팀은 일명 암흑기라는 기간 동안 희망으로 시즌을 시작하여 실망으로 시즌을 마무리하였다. 야구를 보다 화를 내는 일도 많았고 나중에는 야구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하였다. 아내는 야구를 보면서 그렇게 보면서 짜증을 낼 거면 항상 우승권 전력을 가진 팀을 응원하는 것이 속편 하지 않냐고 물었다. 나는 그때마다 나랑 관련 없는 팀으로 응원하는 팀을 바꿀 거면 차라리 야구를 보지 않겠다고 했다. 응원하는 팀이 아버지가 아닌데 부모를 바꾸는 패륜 같은 기분이 들었던 자신이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의 응원팀은 아버지와 다르게 나에게 야구공 하나 선물하지 않았다. 대신 기대하지 않은 시기에 오랜만에 우승을 했다.


직관_돈 주고 화내기 p.18

야구도 집에서 보는 거랑 직접 가서 보는 거랑 느낌이 다르다. 가서 보면 더 생생하게 화낼 수 있다. 눈앞에서 생 라이브로 펼쳐지는 약 세 시간의 눈물의 똥꼬쇼. 진짜로 죽여준다. 이걸 꼴랑 이 돈 주고 본다는 게 미안하기까지 하다.

《죽어야 끝나는 야구 환장 라이프》(쌍딸, 팩토리나인, 2021.04.21.)


친구들과 야구장에 가면 1회부터 9회까지 등장하는 자신의 응원팀 모든 타자를 욕하는 아저씨를 만나는 때가 있다. 결론은 모두 돈 받는 프로가 왜 저런 플레이를 하냐고 욕이다. 세 시간 동안 간간히 맥주로 목을 축이고 욕을 하는 사람을 보면 저 아저씨는 집에 갈 때는 후련하겠다 싶다. 저 아저씨한테는 오타니가 와도 욕을 먹겠구나 싶다. 가끔 나도 시원하게 쌍욕을 하고 싶지만 야구장에서 욕을 하다가 집에 돌아갈 체력도 부족한 저질체력이라 대신 사자후를 시전 하는 아저씨를 그래도 열심히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리만족한다.

"야구는 내가 감독, 코치, 선수, 선수의 가족이 된 것 같은 감정이입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힘들어하면서도 역전승을 기대하는 게 삶과 참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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