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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랄맘 Nov 27. 2023

독감을 대하는 요즈음 엄마는 아닌 것 같다.

금일 인플루엔자 A로 진료하였습니다.

 “ 엄마, 나 좀 졸려. ”

 태권도를 마치고 헐레벌떡 들어와 바이올린 레슨을 막 시작했는데 졸리단다. (독감 초기 증상이었다. 알고 보니.)

땀 뻘뻘 운동하고, 찬 공기에 있다가 들어와 노곤노곤 해지나 싶어 어거지로 만세를 시켰다. 위 옷 하나 벗고 시원하게 하라고. 레슨 후 친구들이랑 운동장에서 놀다 들어온 아이는 평소와 다르게 보이진 않았다. 얼굴이 발그레한 게, 오늘따라 난방을 빵빵하게 틀어줘서 그런가 싶었다. 냉장고에서 젤리뽀 꺼내서 동생이랑 같이 먹으라고 했더니, 냉장고 문을 못 열겠단다. 추워서.

“ 냉장고 문 열면 당연히 엄마도 춥지. ” 이랬다.


7시 10분 전 알람이 울렸다. 두 아이와 한 테이블에 앉는 시간이다. 엄마부터 < 최적의 공부 뇌 >  책이랑 사소감정 다이어리를 가지고 앉았다.

 “ 어~ 이게 무슨 소리지? 전화벨 소린가? 그런데 엄~마~ “ 하며 무릎에 안긴다.

 “ 그러~게? 이게 ~ 무슨 소리~~ 지? ” 하며 볼을 부비부비하는데 옴마, 얘에게서 열난다.

부랴부랴 체온계를 꺼내 재보니 38.4. 진짜 열이다.



씽크대 한쪽에 맥시부펜 시럽이 있다.

“ 강기 31 키로지? 그럼,,,, ”

한 10cc 먹음 되겠다 싶었지만 네이버에 맥시부펜을 치고 0.4ml x 30kg 해서 12cc를 따라 먹였다.

“ 엄마, 나 오늘은 관기 책 보다 내 책 더 많이 읽어줘. ”

 “ 엄마, 나 녹두죽 해줘. 내일은 김치콩나물국 먹을래. “

 열나고 아플 땐 녹두죽 해 먹이고, 약 먹고 책 읽어주며 푹 재운다. 열 없고 기침이나 가래로 아플 땐 김치콩나물 국 먹고 푹 재운다. 아홉 살 아이는 엄마가 간호사였다는 것 하나로 의사 선생님의 진단과 처방약 보다 녹두죽과 김치콩나물국에 더 큰 효과가 있다고 믿는가 보다.

“ 독감 아니야? 찬호도 독감이라고 해서 학교 안 나온댔잖아. “ 같은 반 친한 친구를 포함해서 독감이 유행이라고 하던데… 그냥 흘렸다. 열 따위 대수롭지 않게.


2023년 11월 23일 목요일

주제 : 열 난 날

 오늘 열이 났다. 감기 아니면 독감이다. 엄마는 독감일 것 같다고 했다. 부디 독감이 아니길 바란다. 맨날 오후 5시에 놀았는데 이제는 최대한 푹 쉬어야겠다.



아이는 일기와 매일 10분 연산만 끝내고 안방 텐트에 쏙 들어갔다. ( 얼마 전 팝콘 텐트를 재미 삼아 피고 하룻밤 잤더니, 맨날 여기서 자겠다고 정리를 못하게 한다. 이사 전까지 계속 텐트에서 잘 것 같다. )

< 엄마의 역사 편지 3 > 조선시대 노비의 하루 부분을 읽어가는데 잠이 든 것 같다. 약 기운이 도는구나 촉촉이 땀이 난 이마를 쓸어내렸다.

 ‘ 우리 애기. 추운데 괜찮다고 도복만 입고 공 차고 놀더니. 이크. ’ 들을까 말까 혼잣말 뱉으며 뽀뽀를 하고 그 옆에 누웠다. ’ 또 한 번 크느라고 아픈 거구나. ‘

우리 아이 열나고 아픈 이유는 딱 이것뿐이겠거니 다행이고 안심이다.


오늘 밤도 깼다. REM, NREM 수면은 다 잊고 모르겠고, 얕은 잠 구간에선 항상 매일 깨는 것 같다 난. 자는 아이 이마를 짚어보니, 열이 다시 오른다. 두 눈은 감고 있지만, 머릿속으로 생각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일 학교는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재호 원장님은 내일 진료실까, 예약은 몇 시로 잡힐까. 잠이 어떻게 들었는지도 모르게 아침은 되었다.


“ 강기야. 2교시 마치고 집으로 오면 될 것 같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엄마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을께. ”

가장 빠른 진료 시간이 12:10분이라 일단 학교는 가는 걸로 이야기를 나누고 패딩 지퍼를 올려줬다.

“ 응. ”


선생님께 하이톡을 드려야 했을까. 이 정도는 머 애 스스로… 1학년도 아니고. 뇌리에 스치듯 지나가 버린 생각에 더는 맘 쓰지 않기로 하고 베이블레이드 하자는 둘째 앞에 앉았다.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강기가 얼굴이 안 좋아 보여서 보건실에 보냈는데, 보건선생님이 열이 38.2 고, 어머니께 연락을 드려야 할 것 같다고 하셔서 … 요즈음 독감이 유행이고… 수업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걱정과 염려의 목소리셨다.

“ 아~ 네 선생님. 병원 진료 12 시여서 2교시는 마치고 가면 될 것 같았는데….. 네네… 아.. 네…….. 선생님.. 그럼 강기 집으로 올게요… 집에 있다가 병원 갈게요. ”  했더니

“ 네. 어머니, 그런데 혼자 갈 수 있을까요? ” 하신다.

“ 아유~ 네 그럼요 ~~~!! “

 상쾌 발랄한 내 모습에 선생님도 조금 마음이 놓이셨는지 따라 웃으시며, “ 네. 어머니. 그럼 강기 보내겠습니다. ”  


< 금일 인플루엔자 A로 진료하였습니다. 11월 28일부터 등교 권유하였습니다 > 진료확인서를 받고 수납하자마자,

“ 축하해. 강기야. 학교 안 가도 되겠다. ”

 일기에 쓴 바램과 다르게 독감 진단은 받았지만 학교 못 가는 게 내심 좋은지 빙그레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해 준다.

“ 우리 얼른 집에 가서 뜨끈한 삼계탕에 밥 말아먹자. 인삼도 들어가고 마늘도 많이 들어간 거라 이거 먹으면 금방 나을꺼야. “

한미플루보다 근거 없는 엄마의 확신을 더 믿는 눈치다.


이틀이 지났다.

“ 엄마, 난 내가 독감에 걸린 건지. 그냥 감기에 걸린 건지 먼지 모르겠어. 삼계탕 먹고 푹 쉬니깐 그런가 봐. 엄마 말대로… ”


요즘 엄마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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