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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가자또 Nov 01. 2024

춘천마라톤 풀코스 완주..

이쯤이면 쉼표일까, 마침표일까.

오늘 드디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멋모르던 20대의 기억에 친구들과 재미 삼아 나갔던 10킬로 마라톤, 그리고 혼자 나갔던 하프마라톤을 10년 전으로 달리기는 쭈욱 잊고 살았다.


그리고는 누구나 지나가는 취업난 속에서 헤매느라 잠시 잊고 살았는데 헌 책장 속의 재밌게 읽었던 책을 꺼내 읽듯 자연스레 메달과 기억들을 꺼내봤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한시도 몸을 가만 놔두지 않고 단련하긴 했지만 달리기를 배워본 적도 꾸준히 했던 것도 아닌지라 긴장감은 가득했다. 그렇지만 항상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기는 했으니 이번에도 그냥 잘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접수를 마쳤다.


"에이 평생에 한 번인데 뭐 어때 어떻게든 되겠지"


행사 당일날 20킬로까지는 그래도 하프를 틈틈이 뛴 덕에 무리 없이 잘 갔으나 진정한 풀코스의 시작은 남은 22킬로부터였다.


발바닥은 불이 난 것처럼 아프고 물집들이 생긴 듯 발을 내딛을 때마다 비비적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불쾌했다.

하체의 근육들은 모두가 지쳐 언제라도 쥐가 날 것처럼 성나있고 골반도 허리도 어깨도 목도 어디 하나 성치 않은 곳이 없었다.


뛰면서도

왜 뛰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너무 힘들기만 하고

제자리에서 앉아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항상 머릿속에서는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그와 동시에 조금만 더 가보자는 생각이 간절하다.


서버리면 못 뛸 것 같고

앉아버리면 못 일어날 것 같아

그저 터덜터덜 걸어보기도 하며

힘이 나면 살짝 뛰어보기도 한다.


걷다 보면 뛰어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뛰다 보면 걸어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42.195km 모두에게 주어진 거리는 똑같은데

다들 자신만의 속도로 간다.

내 속도는 이만큼이구나. 나는 이만큼씩 가면 되겠다.


마음을 다잡으며 힘차게 발을 디뎌봐도 몸은 계속 무겁다. 아니 사실 몸보다 마음이 무겁다.


항상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지만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으니 그저 막막하다.


이미 완주를 하고 행사장을 나오는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파이팅을 외쳐준다.

목소리는 우렁차게 파이팅을 외쳐보지만 속도는 여전히 걷는 것과 차별이 없다. 멀쩡한 게 목소리밖에 없구나..


저 멀리 골인지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새 도로통제시간이 마무리될 때즈음이어서 갓길로 차들이 다니기 시작한다. 결승선을 통과하며 마라톤은 끝났지만 그렇다고 인생이 끝난게 아니니 사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그저 잠시 앉아서 잘 달려준 다리를 토닥토닥거려 주며 달래 본다. 땀이 흘렀던 자국들은 마르며 허옇게 소금기가 보인다. 핏줄이 퍼렇게 올라와서 창백해 보이기까지 하다.


"나 오늘 진짜 많이 뛰었구나.."


오늘도 지치면 걷고 힘이 나면 뛰어본다.

걸었으니 뛰어보고 뛰었으니 걸어보자.

잠시 앉아서 쉬다가도 괜찮다.


풀코스를 완주하고 나면 뭔가 이룬듯하고 개운한 느낌이 들 줄 알았는데 그냥 그랬다.


사실 그럴 줄 알았다.

뭐 별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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