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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Dec 19. 2024

미녀들의 수다

여자들은 수다를 참 좋아한다. 여자들은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기 때문에 남자들에 비해 평균 수명도 현저히 높다고 분석한 기사를 본적도 있다. 고독사 경우도 여자보다 남자가 훨씬 많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 같다. 수다는 그만큼 정신 건강에 좋다고 상담가도 수다를 권한다.


스트레스가 있다면 풀리기도 하고 응어리진 마음이 있다가도 솔직히 말하고 나면 후련해지기도 한다. 수다의 주제는 참 다양하다. 자신의 근황부터 남편과 자녀 얘기. 영화. 드라마. 연예인 가십까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여자들은 엉덩이 붙이고 앉으면 아마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떨 것이다. 반면 남자들은 달라 여자들의 수다를 이해 못한다.


내 남편만 해도 회사를 퇴직한 뒤 다달이 모임을 갖는데 옛 동료들을 만나면  식사하고 차 한 잔 마시면 곧 대화가 끝나는지 금방 들어온다. 반나절이면 모임을 끝내고 들어오는 남편에게 벌써 왔냐고 묻기 부지기수이다. 친한 친구들이나 모임에서 만나 점심 먹고 차 마시고 나서도 저녁까지 먹고 헤어지면서도 잘 들어갔는지 묻는 여자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남자들과 성향도 다르지만 대화의 기술도 다르기에 더하다. 남편들과 얘기하면 대화가 안 된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냥 내 감정을 말했을 뿐인데 사실 여부를 판단하려고 한다.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공감하지 못하는 남편 때문에 나도 자주 감정이 상한다. 우리와 아무 상관도 없는 건물 얘기를 하다가 싸움이 날 뻔 했던 일도 있다. 그냥 들어주고 공감 하는 게 어려운지 묻자 그게 아니니까 사실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게 아닌데도 분석을 하고 답을 찾으려고 한다. 아무 상관없는 일로 말싸움까지 번지게 만든  남편의 대화 방식이 잘못 됐음을 끝까지 납득 시켜 결국 사과를 받아냈다. 내가 감정을 말하면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며 듣고 넘어가라고 했다. 그제야 수긍하는 눈치였고 지금은 조금씩 주의하는 것 같다.


또 단답형인 남편들은 대화를 하려 해도 늘 답이 짧고 생각을 물어도 말을 안 한다고 답답하고 화가 치민다고 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말 많고 가벼운 것보단 차라리 과묵한 편이 낫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여자들도 참 피곤하게 군다.


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듣는 사람들이 몹시 피곤하다. 얘기가 길어지면 딴 생각이 든다. 얘기할 틈도 안주고 자기 말만 늘어놓으면 어느 순간 그 사람은 피해야할 사람으로 머릿속에 입력이 된다. 대화는 쌍방이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한쪽만 얘기해선 안 되고 근황도 묻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 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말할 땐 간단명료하게 또는 일목요연하게 말하는 요령도 필요하다.


지인 중 한 사람도 말을 정말 잘 한다. 목소리도 크다. 넷이 만남을 가졌는데 두 사람은 조용히 듣기만 한다. 성향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말할 기회를 주고 생각을 물으면 그 사람들도 자기 얘기를 할 텐데 혼자만 말한다. 끼어 들어갈 틈이 없다. 듣다보면 지칠 때가 있다. 특히 성격상 자기 얘기를 잘 안하거나 대화에 끼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들도 간혹 있는데 나는 내 얘기를 하다가도 그들이 대화에 끼일 수 있도록 근황을 묻거나 자녀들 소식을 묻는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면서 자연스레 주고받는 대화가 된다.


일방적인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 얘기할 때는 열정이 넘치다가도 상대방의 이야기엔 경청하지 않거나 말을 끊거나 집중하지 못한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이래저래 산만하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건 배려가 없는 것이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진지하게 눈을 마주치며 경청하고 공감해주고 상대방의 입장도 배려해보고 역지사지로 생각한다면 가장 현명한 대화의 기술이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화의 기술은

첫째, 자기 말만 하지 않는다.

둘째, 길게 말하지 않는다.

셋째, 상대방의 말에 경청한다.

넷째, 판단하려고 하지 말고 공감해준다.

다섯 째, 자기자랑을 즐겨하거나 상대방의 상처를 건들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뒷담화는 금물이다.


이렇게 대화 한다면 기분 좋은 대화가 오고가며 좋은 관계가 유지되어 자꾸 대화하고 싶은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미녀들의 수다가 정신 건강에 좋고 즐거운 만큼 좋은 대화의 기술로 인간관계가 더 친밀하고 돈독해지는 수다로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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