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친구 어머님이 유튜브를 시작하셨다는 소식를 들었다. 연세가 어머님은 87세, 아버님은 93세로 합이 180세인 두 분의 알콩달콩 일상을 담은 유튜브로 제목은 "이대 나온 할머니"이다. 무엇보다 건강한 두 분의 모습이 반가웠다. 그 시대 이대 수학과를 나온 어머님과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기장으로 일하시다가 퇴임하신 아버님. 슬하에 아들과 쌍둥이 딸을 두시면서 지금까지 멋진 삶을 사시며 해로하신 두 분이 너무 보기 좋다. 친구처럼 정겹게 사시는 두 분의 쌍둥이 딸 막내가 내 친구이다.
바로 구독과 좋아요. 알람을 눌러놓고 그동안 올린 유튜브와 숏츠를 한꺼번에 보았다. 요즘 유행하는 두쫀쿠를 맛보시고, 재료를 사다가 만드신 모습, 만두 빚고 맛보시는 모습, 두 분의 취미인 스크린 골프에서 내기 하시는 모습, 강화도 펜션에 가셔서 불멍과 마시멜로 구워드시는 모습, 일산 장에 가시는 모습, 재봉틀로 이것저것 만드시고 반려묘 브라우니와의 정겨운 모습 등 소소한 일상을 주제로 너무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고 계셨다. 만두 빚는 모습에 도전받아 나도 장을 봐다가 바로 만두를 만들었는데 맛있었다. 부추와 호박을 넣은 야채 만두 반, 김치까지 넣은 김치 만두 반을 만들어 얼려서 냉동고에 채워두니 뿌듯했다. 어르신의 밝은 에너지에 나까지 기운을 받았다. 친구에게도 바로 연락을 해서 어머님의 유튜브 소식을 축하하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많이 알렸다. 유키즈에 한번 나오신다면 좋을 듯하다.
시작은 큰아드님의 손자 손녀가 해주었고 지금은 혼자서 찍고, 편집한 손자가 해준다고 들었다. 큰 아드님은 의대를 졸업하고 성형외과 의사로 일하시고, 며느님도 의대 CC커플로 안과의사이다. 오빠 부부의 연애담도 익히 다 알고 있고, 평창동에 사실 때 부모님도 뵌 적이 있어 감회가 새롭다.
친구는 삼수를 해서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그 사실을 친해진 뒤에 알았다. 언니라고 부르지 말라고 해서 이름을 부를 만큼 친해지고 이해심이 많은 친구였다. 금수저 집안에서 자랐지만 집에 놀러가기 전까진 전혀 몰랐다. 대학 때부터 스키와 볼링을 즐기고 운전을 하던 친구가 조금 잘 사나보다 생각했는데 그냥 잘 사는 정도가 아니었다. 평창동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고급 주택에 놀랐고, 부모님 직업과 의대 오빠 이야기에 또한번 놀랐다. 그 친구 덕분에 방학 때면 속초 콘도에도 다녀왔다. 당시 콘도 회원권은 흔치 않던 시대여서 좋은 친구를 둔 덕을 많이 봤다.
졸업 후에 친구는 영어학원을 다니다가 만난 남자 친구와 결혼해 바로 하와이로 이민을 가서 남매를 두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신랑의 작은 아버지가 그곳에서 목회를 하고 계셔서 공부를 더 하고, 유학원 사업을 시작했지만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 기장이신 아버님이 자주 오신 덕분에 도움을 주셨다. 퇴직하신 후엔 겨울이면 딸 앞으로 장만하신 콘도에서 부모님이 몇 개월씩 지내면서 골프를 즐기다가 가시곤 한다.
이제 90이 넘으시면서 더 이상은 비행기 타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다. 대신 집근처의 골프 연습장과 스크린 골프장에서 취미를 즐기신다고 들었는데 그 영상이 그대로 담겼다.
어머님은 손재주가 많으셨다. 아버님 옷, 모자, 가방 등을 떠서 선물 하시고 성당에서 봉사다니실 때 파우치에 인형 등을 만들어 많이 기증도 하셨다. 또다른 대학 절친과 둘이 코로나 직전에 하와이로 친구를 만날겸 놀러갔을 때 마침 부모님이 와 계셔서 같이 식사하고 파우치를 선물받기도 했다. 친정 어머님께 물려받은 오래된 재봉틀로 소일거리를 즐기시는 어머님은 유쾌, 상쾌, 통쾌하신 데다가 귀여우시고 애교도 많으신 분이다. 밝고 긍정적이시며, 지성인과 살림꾼, 사랑꾼의 면모를 다 갖고 계셨다. 당당함과 자신감과 도전 정신은 삶에서 나온 영향이기도 하다.
하와이 친구 딸이 작년에 의대에 입학했다. 두 분이 무척 기뻐했다고 들었다. 큰아들 며느리에 이어 외손녀딸이 의사의 길을 걷게 되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우셨을까. 부부가 90세 가까이 해로하면서도 자식 농사도 잘 짓고 황혼의 일상을 멋지게 누리시는 두 분처럼 나이 들고 싶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장수하시며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