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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May 15. 2024

여백이 있는 삶


최근 남편이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드럼을 배우면서 바빠졌다.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 것이라 강습 외에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몇 개월 강습을 배우더니 집에서 연습해야겠다며 전자드럼을 산다고 했다. 아들이 결혼하면서 버릴 것들을 버리고 짐을 정리하자 방이 넓어졌다며 거기에 두고 연습한다고 말이다.

 '휴. 짐이 또 늘겠군.'

이제 줄여가며 미니멀 라이프로 살고 싶은데 원하는 일이라니 내색은 안 했다.


수영 강습에서 만난 사람이 농막을 운영한다며 그 곳에서 식사 모임을 가진 후로 친해지면서 일주일에 한 번 티 타임을 갖고 온다. 거기에서 만난 사람 권유로 드럼도 시작했다. 친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들 결혼식에 다들 마음을 보내주셔서 감사의 마음으로 식사 대접도 바로 했다. 퇴직자와 교회 친구들 모임 외에 새로운 모임이 생기니 활기가 생기고 뒤늦게 드럼에 재미를 들인 모습도 보기 좋았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 누군가는 일에 빠져 살고 누군가는 운동을 즐긴다. 뒤늦게 그림이나 트렘펫. 플룻 등 여러 취미를 즐기는 지인들도 많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 때로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것처럼 행복은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지루하고 무료하던 평범한 일상에 활기와 에너지가 생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시간과 여건이 안 되는 이들도 있고 건강이 따라주지 않으면 원해도 할 수 없다. 특히 아이들이 어릴 때는 바쁘고 상황과 여건이 안 돼 엄두도 못 낸다.


예전엔 아이들 키우느라. 일하느라 이런저런 이유로 바빠서 모임이나 여가를 보낼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여행은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라도 여기저기 다녀온 건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이다. 50대 중반이 되면서 몸도 마음도 여유가 생겨 바쁘고 힘든 시간과는 이제 안녕하고 내게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수영도 하고 여행도 하고 글도 쓰면서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오롯이 누리고 있다.


남편과 둘이 이번엔 베란다를 싹 정리했다. 지난 번엔 아들 방을 이번엔 앞뒤 베란다를 정리하면서 잔짐들을 싹 버렸다. 필요없는 짐들을 치우니 베란다가  환해졌다. 점점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고 있다.


깨끗해진 베란다에 캠핑 의자와 테이블을 놓아 휴식공간을 만들었다. 기념으로 베란다 테이블에서 둘이 삼겹살 파티를 하며 와인 한 잔을 마셨다. 바람도 솔솔 들어오고 나무도 보이고 삼겹살 냄새 걱정. 기름 튈 걱정 안하면서 편안한 캠핑 의자에 앉아 식사하니 야외 캠핑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머리 받침대까지 있는 캠핑 의자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나누는 대화도 좋았다. 남편과 이런 시간도 없다면 점점 무미건조할 것 같아 뭐라도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드니 좋다.


새롭게 맞은 며느리. 남편과 둘이 보내는 시간.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소소한 일상.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의 진솔한 만남. 아직 하고 있는 일. 브런치 글쓰기와 책. 수영 등은 나의 소중한 일과이다. 특히 여백이 있는 삶. 자유누림과 여유가 있는 지금의 삶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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