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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Aug 27. 2024

무능한 인조의 피해의식과 광기

- 영화 ’올빼미’ -

 

‘올빼미’라는 영화를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인조의 피해의식과 광기가 가져온 끔찍한 결과였다.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의 갑작스런 죽음이 인조의 독살설이란 말을 듣긴 했어도 영화의 소재로 막상 들여다보니 그 죽음이 너무나 끔찍했다. 영조가 대의를 위해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갇혀 죽인 일로 평생 오점을 남겼다면 인조는 자신의 피해의식과 망상으로 유능한 인재인 아들과 며느리. 손자까지 죽인 일은 후대에 평생 비난 받을 죄악으로 남게 됐다.


 인조는 반정으로 광해군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랐다. 광해군은 이복동생 영창대군을 죽인 크나큰 죄를 저질렀지만 정치적으로는 영민한 왕이었다. 임진왜란 후 아버지 선조 대신 혼란한 나라를 수습하고 명과 청 사이에서 중립정치를 하고 대동법을 만들어 백성들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동의보감도 완성케 한 왕이었지만 반정이 성공하면서 유배를 간다.


그 뒤 인조는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준 서인 세력에 의해 정치가 움직여져 압박감도 컸을 것이다. 광해군이 왕으로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병자호란은 인조에게 그야말로 왕의 자격 없음과 무능함을 평가받는 사건이다. 인조의 배금주의로 청군이 쳐들어오자 한 번은 강화도로 한 번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해 남한산성으로 피신해 한 달 넘게 고립되어 결국 항복하고 청 황제에게 피가 날 정도로 세 번이나 머리를 조아리는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으니 그 수치가 평생 남았을 것이다.


병자호란의 결과 또한 참담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으며 청나라 인질로 끌려갔다. 그 안에는 소현세자와 봉림대군 두 왕자도 포함 되었다. 게다가 조공을 바치고 청나라 간섭을 받기 시작했으니 인조로선 청이라면 치가 떨렸을 것이다. 그런 인조에게 8년 만에 돌아온 아들 소현세자가 청나라 문물을 받아드리고 개혁을 주장하고 그를 따르는 무리들도 있음에 큰 분노를 느꼈으리라.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왕위가 위험해질까 두려웠던 왕은 결국 어의를 시켜 자기 아들을 독침을 놓아 죽인 뒤에 며느리와 손자까지 죽음에 이르게 하는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다. 전쟁이 일어나자 백성들을 버려두고 자기만 살겠다고 피신한 무능한 왕. 아버지 원수를 갚을지 모른다며 어린 손자까지 죽인 비정한 왕. 왕의 자리를 뺏길까 두려움에 사로잡혀 왕의 자리를 지키려고 안간힘 쓴 비굴한 왕. 청에게 당한 굴욕만 떠올리며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앞을 내다보지 못한 어리석은 왕 등 인조의 침몰을 다룬 영화가 바로 ‘올빼미’였다.


소경 의술인이 인조의 만행과 진실을 밝혀내는 장면들이 쫄깃하게 그려지면서 긴장감을 주었다. 특히 인조와 소경 침술을 연기한 두 배우의 연기가 돋보였다. 유혜진은 인조의 광기를 실감나게 연기했고 류준열은 침착하게 소경 침술인의 연기를 선보여서 둘 다 호평일색이었다. 결국 소현 세자가 죽은 4년 뒤에 겨우 살아남은 소경 의술인이 놓은 침술로 죽게 되고 사인이 아들과 같은 학질이라는 장면에서 통쾌함마저 느껴졌다.


역사에 길이 남을 한 나라 왕의 죽음을 통쾌하게 바라보는 것이 씁쓸하지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대가라고 느꼈다. 소현세자의 동생인 봉림대군이 효종이 되어 청나라를 치려는 북벌론과 신무기를 만들어 강력한 조선을 만들려고 애쓰지만 그 또한 성공하지 못하고 그 후로 이어진 조선의 역사 역시 참 참담하다.


 조선에는 무능한 왕이 참 많았다. 세종과 정조 대왕의 대업 이외에도 크고 작은 업적을 이룬 왕들도 있었지만 비정한 세조. 폭군 연산군. 무능한 인조. 세도 정치에 휘둘린 순조. 헌종. 철종 등 왕들이 좀 더 깨어있고 현명하고 백성들을 생각한 영민하고 어진 왕이었다면 조선의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민초들이 양반들의 부정부패와 외세에 대항해 평등하게 살아보겠다고 일으킨 동학농민운동을 청과 일본군을 끌어들여 짓밟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르고 쇄국정치로 빗장을 잠가 근대화가 늦어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일제치하에서 36년간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과 해방 후 한국전쟁의 아픔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만약이 없다. 단지 그랬다면 하는 바람만 남을 뿐이다. 그럼에도 나라를 되찾고 선진국으로 진입한 우리나라를 지킨 힘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곧 개봉할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담은 ‘영웅’에서 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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