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시간의 신이 나온다. 흘러가는 절대적 시간이 크로노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이 카이로스이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며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시간이다. 반면 카이로스는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자기만의 시간을 뜻한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어떤 이들은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알차게 보낸다.
24시간 중 자고 먹고 일하는 시간 이외에 자기 계발과 자기 만족의 시간으로 채우면서 끊임없이 시간을 쪼개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고 있다.
가만히 있지를 않는 두 지인이 있다. 한 지인은 오랫동안 세무 일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사 후 방통대 경영학과에 입학하면서 시작한 늦은 공부에 열정을 다하더니 좋은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 나이 때문에 취업으로 이어지진 않았어도 뭐든 열심이다. 지금도 음악실에 다니면서 남편과 섹소폰을 배우러 다니고 매일 탁구를 치며 운동을 하고 시부모님과 지방에 사시는 친정 부모님께도 지극 정성이다. 살림도 음식도 자기 관리도 철저하고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지인에게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한 지인은 뒤늦게 간호조무사 일을 시작하더니 만족하며 병원 일을 오래 했다. 그러다가 언제 바리스타 자격증은 땄는지 나중에 카페를 할 거라고 얘기했다. 오래간만에 다시 만났을 땐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는 현재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고 해서 놀랐다. 주말이면 그동안 배운 기타로 밴드 버스킹도 가끔씩 한다고 했다. 언제 그걸 다 했냐며 자기 시간은 48시간이냐며 감탄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열정이다. 한우물만 판 나로선 다른 일에 도전해볼 생각도 못했다. 25년간 하고 있는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도 맞고 만족한 일이였다. 애들 둘을 키우면서 오후엔 일을 하고 오전엔 5년 동안 집단 상담 봉사를 하면서 청소년 상담사 3급 자격증을 취득한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모두 30대의 일이다. 참 열심히 살았던 30대의 나였다. 젊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체력도 안될 뿐더러 다른 일을 벌일 엄두도 못 낸다.
뭐든 배우는 자세는 활력을 주고 자기 발전이 된다. 한 가지를 완주했을 때 또 다른 도전을 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자주 배우는 사람들이다. 사람은 평생 배움에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이황 선생님이 말한 ‘교학상장(敎學相長)’ 은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는 뜻이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는 말은 세 명이 길을 가면 그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뜻이다. 어디에서건 누구와 함께 있건 배울 것은 항상 있다는 말이다. 직접 무엇을 배우는 것도 좋고, 누군가의 모습을 보며 동기부여나 자극을 받아도 좋다.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올해 104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저서 <백년을 살아보니> 에서 꺼낸 말이다. 신체적으로는 여자가 22세, 남자가 24세까지 성장하지만 정신적 성장과 인격적 성숙은 한계가 없다고 했다. 노력만 하면 75세 까지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와 수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름 성장한 시간이었다. 브런치의 수많은 글을 읽으며 감동하고 배우며 도전 받으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런 긍정적 영향이 나를 성장시켰고 나만의 시간으로 발전시켰다고 자부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할 때라는 말.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어떤 일이든 배우고 일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순간적 선택이나 행동과 실천이 중요하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노력은 큰 자산이며 가치있는 삶을 사는 원동력은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도 카이로스의 시간에서 사는 이들에게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