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동적이면서도 정적인 사람이다. 어릴 때는 집에선 오남매가 북적거렸고 학교에 갔다오면 한시도 집에 있지 않고 밖에서 놀던지 친구집에 놀러갔다.
외동이 친구도 고명딸이던 친구도 밖에 나오지를 않았다. 내가 찾아가야만 놀았다. 집순이였던 조용한 친구의 엄마는 외동이 딸에게 찾아와서 함께 노는 내게 늘 고맙다고 하셨다. 그 친구 집엔 동화책이 잔뜩 있어 좋아서 간 건데 칭찬까지 들으니 더 좋았다.
반면 정적인 면도 많아 소극적이고 내향적이던 아이였다. 발표하거나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은 부끄러워하고 움츠러들었다.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성격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면서 점차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뀌었지만 지금도 앞에서보다 뒤에서 받쳐주는 일이 더 마음 편하다.
환경의 영향을 받아 낮았던 자존감은 성인이 된 이후 점차 바뀌었다. MBTI가 ESFJ인데 예전의 나였다면 분명 I로 시작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 바뀐 내 성격이 맘에 든다.
외향과 내향이 지금도 공존한다. 여전히 가만히 있지를 않는 반면 조용한 것도 즐긴다. 달라진 수면 습관 덕에 일찍 자다 보니 6시면 의례히 눈이 떠진다. 일주일 세 번은 수영을 가기 위해 8시엔 집을 나선다. 수영을 다녀와선 집안 일을 하고 약속이 없는 날은 음악을 들으며 수업 준비를 하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본다. 그 땐 정적 모드로 돌입이다.
요즘 시립 도서관에 자주 드나든다. 폭염엔 시원하고 쾌적한 도서관이 딱이다. 브런치 글도 만만치 않게 올라와 수시로 읽다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이번엔 카피라이터의 시각으로 본 조금 특별한 사적인 카피들로 채워진 이유미 작가님의 <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라는 책을 빌렸다. 오다가다 만나는 특별한 문구들에 일상과 감정을 넣어 에피소드를 풀어갔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직업병도 작용되었을 거다.
예를 들어 이케아에 써 있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꼭 모든 걸 직접 할 필요는 없어요."
직접 조립해야 하는 특성상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작가님은 집에서 아이에게 적용시켜
"너 혼자서도 잘 하지만 이번엔 처음이니까 엄마가 도와줄게."
라고 말하니 아이가 수긍했다고 한다.
워킹맘이다 보니 가사 도우미를 부르기 위한 어플을 설치하자
"행복한 일에 집중하세요."
그 문구가 맘에 들어 신뢰도가 높아져서 한 달에 한두 번 가사 도우미를 부르고 가사일을 맡기면서 행복한 일에 집중하니 위안이 되었다고 했다.
"나쁜 추억도 얼룩도 한 번에 지우고 싶을 때." 란 세제 광고 화면에선 3년 사귀다가 이별 통보를 받고 밤새 울던 사연 등을 들려줬다. 나쁜 기억을 지우는 세제는 없지만 오버랩 되는 생각을 풀어간 작가님의 글에 몰입했다.
"싸게 산다고 우리 사랑이 싼 건 아니야."
위트 있는 문구는 코엑스몰 '삐에로 쇼핑' 중고명품을 파는 곳에 써 있는 문구라고 했다. 싼 물건을 사준다고 해서 관계의 척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부자 언니나 부자 친구의 선물이 고민될 땐 책 선물이 최고란 경험을 들려주었다.
남편이 출근한 날이라 고구마와 찐 계란으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커피 한 잔을 더 마시면서 책 두 권을 읽고 나니 하루를 잘 보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