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버스에 나타 난 호위무사
토요일 오후 3시 10분 학교 앞 정류장, 기다리고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다.
그날은 왠지 운전기사님이 계신 앞쪽으로 가고 싶었다.
묵직한 가방을 앞세우고 앞이 보이지 않는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헉!
선배가 나타났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허둥거렸다.
줄줄이 사탕처럼 엮이어 차곡차곡 밀고 들어오는 버스 안, 물러설 곳도 없다.
조금씩 당겨 서라는 차장 언니의 말이 바로 뒤에 따라붙었다.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선배 쪽으로 확 떠밀렸다.
'어 어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어디 붙잡을 새도 없이 선배의 어깨에 살짝 쿵 부딪혔다.
선배가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몸을 틀었다.
선배는 정면 나는 옆면 옷소매가 맞닿았다.
'어 어 어 이러면 위험한데'
백지 답장을 하고서도 선배 앞에 새침하게 서 있는 나,
계속 밀어대는 거센 압력에 버티다 못해 경고음을 나지막이 울렸다.
선배, 통로 가운데 서서 양팔을 위로 쭉 뻗어 손잡이를 잡고서 병풍을 둘렸다.
'어 어 어 이러면 미안해지는데'
만원 버스에서 선배의 호위를 받아 잠시 얼음 공주가 되었었다.
하얀 셔츠 소매단을 접어 올린 선배의 팔뚝에 힘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선배의 가슴에 내 귀가 닿을 듯 말 듯, 나는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집어삼켰다.
그렇게 30여분을 달렸다.
선배가 내리고 나는 참았던 숨을 뱉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