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L 철학으로 경험하는 한남 깊이보기
비 오는 아침이다. 올여름은 살을 태우는 듯한 뜨거운 태양이 몇 날 며칠 이어지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 열기를 식히듯 쏟아지는 비 속에서 <MTL 한남>에는 그루브 한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MTL 한남의 포인트인 통유리 회전 도어와 창을 모두 열어두니 팝송에 빗소리가 더해져 감성이 가득해진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인 탓에 배가 고파 평소에는 잘 안 먹는 애플크럼블과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MTL에는 유제품이 사용되지 않은 비건 빵들이 판매되고 있다. 비건과 논비건 디저트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 자연스럽게 다양한 가치관이 어울린다. 삶에 색깔이 달라도 함께할 수 있다는 MTL의 철학이 메뉴에서 느껴진다.
MTL의 디저트와 커피는 기본에 충실한 맛이다. 특별한 맛이 아닌, 커피 자체에 충실하고 크럼블에 충실한, 신선하고 담백한 맛. 그렇기에 기본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닫게 되는 맛. 이 기본의 맛을 내기 위해 좋은 원재료를 셀렉하고 깨끗하게 장비를 관리하여 신선하게 제조되었겠구나. 얼마 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은 산뜻함일까. 커피와 디저트가 일상이 된 지금, 어쩌면 우리는 기본이 가장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다. 기본의 맛으로 충실하게.
MTL 한남에 들어서면 통창을 지나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공간을 볼 수 있다. 책과 리유저블 컵, 아로마 스톤과 가방, 다양한 오브제까지. 정말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언뜻 보면 보통의 작고 예쁜 소품들이지만, 찬찬히 상품들을 보고 있자니 전체를 꿰뚫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바로 ‘삶’이다.
MTL은 자신들을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로컬셀렉샵과 카페'라고 소개하고 있다(인스타그램 참고 @mtl_shopncafe). 그 소개에 딱 맞도록 MTL에는 일상과 삶을 담은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삶은 어떤 모양인가'를 보여주는 다양한 독립출판서를 지나 연속해서 리유저블 제품들이 등장한다. 서로 비슷한 컵과 스트로가 아닌 각각의 재질로 만들어진 다양한 리유저블 제품들을 지나면, 또다시 여러 모양의 인센스들이 등장한다. 보통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양을 갖추고 있다. 이 제품 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이 공간이 나에게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물어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너는 환경을 생각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니? 어떤 리유저블 제품까지 사용할 수 있니?’
‘너의 삶은 어떤 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니? 어떤 향을 좋아하고 어떻게 향을 사용하고 있니?’
다소 한가했던 오픈 시간에 방문하여 작업을 하다 보니 우연히 매니저님과 대화할 기회를 얻어 드립 커피를 소개받았다. 비가 내려 열기가 식고 실내 에어컨으로 조금은 쌀쌀했던 차에 따뜻하게 내려진 드립 커피를 받아 드니, 찰나에 상큼한 향이 올라왔다.
따뜻할 때부터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다 보면 식어갈수록 과일의 다양한 산미가 올라오는 것이 특징이라는 '르완다'. 매니저님의 설명으로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산미의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따뜻할 때는 무디게 풍겨오던 과일 고유의 신맛이 입 안 전체를 아우르며 섬세하고 풍요로워졌다. 단순히 산미가 강한 드립이었을 수 있었던 커피가 스토리를 만나니 다채롭게 변화되는 과일 향을 지닌 르완다가 되었다. <JL 디저트바>에서도 느꼈던 스토리로 깊어지는 브랜드의 경험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MTL 한남의 입구에 들어서면 꽤나 본격적인 음향 공간이 보인다. 그리고 동시에 공간을 울리도록 높은 사운드 볼륨이 귀에 내리 꽂힌다. 처음에 들어서면 대화하기조차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볼륨이 꽤나 거슬리게 느껴졌다. 반전은 자리를 잡고 커피를 몇 모금 마시다 보면, 진행하고 있던 작업에 한두 시간 동안 굉장히 몰입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공간 전체를 채우는 사운드가 현재의 작업과 나의 생각에 집중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와 이야기하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이따금 작업 중간중간, 넓은 창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조차도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언제 와도 신선하고 부담 없이 시간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곳이다. 어쩌면 이것이 7년의 세월 동안 건재한 MTL의 힘이 아닐까.
어느 날 방문했던 ‘MTL 한남’은 나에게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다양한 삶의 색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아우르려는 MTL의 철학을 보여주었다. 다시 방문한 오늘, 이곳에 스토리가 더해지며 커피의 깊이와 공간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예상보다 더 깊이 있는 울림의 공간. 메시지가 일관성 있게 연결되고, 고객에게 전달되어 질문이 던져지고, 시간이 더해져 단단한 철학으로 자리 잡은 브랜드. MTL 한남이 그런 곳이다. 참 좋은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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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본문고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907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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