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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딸기 Oct 22. 2023

[깊이보기] 맛집과 브랜드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용리단길의 맛집 <북천>

용리단길 탐방 이후 함께 다녀온 마법의딸기 기획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사이트를 발견하기 위해 서로 느끼고 바라본 것들, 즐긴 것들을 함께 나누었다. 인터뷰 결과, 방문한 곳 중 [용산보기]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냥 지나가기엔 아쉬운 곳이 있다. 바로 <북천>이다. 북천에 대한 인터뷰 내용 중 브랜드와 관련된 맛집과 브랜드에 대한 흥미로운 주제가 있어 소개하고 싶다.


맛집에 대해서

우리는 흔히 음식이 정말 맛있는 집, 다시 가고 싶고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들을 맛집이라고 평한다. 사람들에게 맛집으로 인식되어 화제가 되면, 웨이팅을 불사하고도 몇 달, 몇 년 동안 사람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다. 북천은 두말할 것 없이 맛집 중에서도 맛집이다.

©️북천

새로운 장소로 이전한 북천 매장은 하이브 건물 주변에 위치해 근방이 BTS의 팬들로 인산인해였다. 붐비는 사람들 속에서 매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픈 시간에 가까운 이른 점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북천 매장 안 밖으로 사람으로 꽉 차 있어 대기를 피할 수 없었다. 매장 이전한 티가 가득한 썰렁할 정도로 깨끗한 매장, 끊임없이 새로 튀겨져 나오는 돈가스와 메뉴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맛집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맛집, 북천

우리는 브라운돈가스와 화이트돈가스, 우동을 주문했다. 큰 접시에 푸짐하게 담긴 돈가스의 두께와 크기에 놀라고, 한입 가득 느껴지는 육즙과 고기의 부드러움, 처음 먹어보는 돈가스 소스 맛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경양식 돈가스는 고기를 넓게 펴 포만감이 있지만 기름을 많이 먹어 느끼할 수 있는 반면, 일본식 돈가스는 도톰한 등심을 습식 빵가루에 묻혀 육즙은 살리고 느끼한 기름을 빼준 것이 특징이다. 북천의 돈가스는 경양식 돈가스와 일본식 돈가스의 장점을 합쳐놓은 듯, 두꺼운 두께와 거대한 크기에 육즙은 촉촉하고 튀김은 바삭하게 살아있었다. 무엇보다 브라운소스가 느끼하지 않고 끝맛이 살짝 매콤해 두툼한 돈가스와의 조화가 매우 뛰어났다. 크림소스 같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담백하고 산뜻했던 화이트소스도 매우 맛있었고, 돈가스에 비해 특별한 맛이 없는 우동은 오히려 돈가스를 돋보이게 해, ‘돈가스 하나’에 집중한 맛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찾고 싶은 맛집, 소개하고 싶은 맛집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북천을 용리단길 브랜드로 소개하지 않은 이유는 북천을 브랜드로 보기에 애매한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브랜드란 무엇일까?

북천에 대한 리뷰를 할 때 우리 모두 맛을 인정한 것과 달리, 맛 이외의 어떤 포인트도 잡을 수 없다는 것이 논의의 시작이었다. 물론, 돈가스가 썰어져서 나오는 형태, 아무것도 없는 인테리어로 음식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 매장에 꽉 들어찬 테이블 수와 다음 손님의 수를 파악해 빠르게 이전 손님의 테이블을 정리하고 재배치하는 직원의 노련함 등 이야깃거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모든 메뉴와 이미지, 운영자의 행동이 어떤 하나의 메시지나 컨셉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브랜딩은 ‘자기다움’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 자기다움으로 고객과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자기다움은 하나의 인격과 같아서 존재하고 말하는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수렴되게 된다. 이 이미지를 마케팅에서는 컨셉이라고 부른다. 브랜드가 사용하는 언어(국가)와 자주 사용하는 컬러, 말투/폰트와 단어 등이 하나의 이미지로 수렴할 때 우리는 브랜드의 컨셉이 뚜렷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메시지의 깊이에 따라 브랜드의 철학을 느낄 수 있다.

반면, 북천은 맛있는 돈가스를 많이 팔고 있는 매장 그 외에 ‘북천다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많이 없었다. 북천이라는 이름은 무슨 의미인지, 맛있는 돈가스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것, 북천을 드러내는 색이나 이미지 요소가 없다는 것, 매장 운영자가 손님과 확연하게 구분되지 않는 모습, 그 모든 보여지는 브랜드의 활동이 하나로 수렴하지 않고 제각기 존재하고 있었다.


그럼 맛집이 안 좋은 건가?

‘그럼 맛집이 안 좋은 건가? 꼭, 북천이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그건 정답이 없다. 뛰어난 맛집으로 존재 이유가 충분할 수도 있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가 브랜드다움으로 사람들에게 의미를 전달하고 최종적으로 사랑받는 것이라고 한다면, 북천은 최종 목표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이미 받고 있고, 북천이 다른 지역에 분점을 낸다면 나 또한 방문할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맛을 넘어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의미와 가치가 있다면 브랜드로서 메시지를 구축하고 고객에게 뚜렷한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내 필요를 위해 찾는 매장이 아닌, 수고로이 내가 직접 찾고 알리고 즐기고 사랑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또한 사업 영역을 확장할 때 브랜드의 실재적인 역할이 드러나는데, 브랜드의 메시지와 가치를 기준으로 수월한 확장 운영이 가능하며 고객으로부터 사업 방향성을 공감받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맛있는 돈가스, 북천’

북천이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현재의 모습을 크게 바꾸지 않고 이미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제품, ‘가장 맛있는 돈가스’를 중심으로 몇 가지 브랜드 활동을 맞춰보자.

가게 밖에서 웨이팅 하는 과정 중에 ‘가장 맛있는 돈가스를 위해 실시간으로 튀기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문구를 노출시킨다. 직원들은 ‘북천’이라는 브랜드명이 적힌 유니폼(혹은 앞치마)을 입어 ‘가장 맛있는 돈가스를 만들고 제공하는 사람들’로 통일감을 주고, 돈가스가 부엌에서 나올 때, 혹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순간에 ‘가장 맛있는 돈가스가 나왔습니다’라는 멘트 하나를 더한다. 그렇게 된다면 손님들의 머릿속에서 북천은 단순한 용산의 돈가스 맛집이 아닌, ‘가장 맛있는 돈가스를 제공하는 브랜드, 북천’으로 인식되고 회자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여력이 된다면, 가장 맛있는 돈가스를 위한 북천의 히스토리나 제조비법, 혹은 북천이라는 이름에 대한 스토리를 매장 내 혹은 홈페이지 등에서 노출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브랜드 스토리는 브랜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북천이 나중에 ‘가장 맛있는’ 다른 무언가를 만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북천을 떠올리며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할 것이다.

이제, 북천에 대한 리뷰를 쓴다고 생각해 보자. 돈가스 사진만 가득했던 맛집의 리뷰는 브랜드의 히스토리, 웨이팅 메시지, 직원의 자부심에 대한 스토리와 감탄 포인트, 음식을 맛보니 그 자부심에 동의가 된다는 ‘브랜드의 말할 거리(씹을 거리)’로 채워질 것이다. 우리는 사랑할 이유를 많이 만들어 주는 브랜드를 사랑한다. 지금의 북천으로도 충분하다. 맛이 너무 좋았던 그 경험이 더 좋은 경험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당신의 발품, 만들어질 새로운 미학

글을 읽고 이 브랜드가 와닿았다면 직접 방문해 보세요.

발품의 수고로움으로 발견할 수 있는 당신만의 미학이 있을테니까요 :)


- '발품의 미학' 전체 브랜드 리스트 : https://kko.to/73lffol4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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