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충동구매
눈은 뜨지 않았지만 코끝이 시려옴에 내가 깨어났다고 자각했다.
‘흐음, 좀 더 자고 싶다.‘
하지만, 아침약은 먹어야 하니까 몸을 일으켜본다. 전기포트로 물을 끓인다. 끓은 물을 컵에 붓고 한약팩을 넣는다.
‘한약이 데워지는 동안 조금만 더 누워있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한약을 뒤로한 채 침대로 돌아간다. 전기장판 온도를 좀 더 올리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10분 후에는 일어나야지.
역시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2시간이나 더 잤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요즘 부쩍 더 자주 전화하는 아빠(병가를 낸 내가 걱정되시는 것 같다.)와 통화했던 것이 기억이 나는데 꿈인지 진짜인지 헷갈린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꿈이 아니었다. 비척비척 일어나 한약을 확인해 본다. 차게 식어있다. 저런, 다시 데워야겠다 생각하며 전기포트를 다시 켠다. 병가 시작하고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아침에 먹으려고 했던 한약은 점심 한약이 되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약은 여전히 아침약이지만 점심 즈음이 되어 먹게 되었다. 늦게라도 약을 다 챙겨 먹었다. 오늘의 점심은 금요일에 운전 면허증 발급받으려고 기다리면서 들렀던 근처 디저트 카페에서 산 휘낭시에와 단백질 섭취를 위해 집에 챙겨놓은 두유다. 다양한 휘낭시에가 있어서 고르는 재미가 있었던 디저트 카페였다. 그중에 골라서 산 것 중 남은 민트초코, 요거살구, 돼지바 휘낭시에가 요리를 준비하기는 아직 체력이 올라오지 않은 나의 배를 채워 주웠다. 어제 바깥이 추워서 몸이 에너지를 많이 썼던 걸까. 체력이 잘 올라오지 않아 티브이를 보며 멍하니 있다가 소파에서 또 잠이 들었다. 늘어지는 몸을 다잡고 싶어 필요했던 바지걸이를 살 겸 산책도 할 겸 집을 나섰다. 나름 중무장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날씨가 참 춥다. 어제도 추웠는데 오늘은 더 추운 것 같다. 산책을 오래 하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필요한 것만 얼른 사 와야겠다고 다짐하며 후다닥 움직였다. 후다닥 움직여도 춥다.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진 곳은 더 춥다. 집에서 더 중무장하고 왔어야 했나 싶지만 이미 많은 길을 걸었다. 그렇다면 가는 길에 있는 아웃렛에서 어제부터 가늠하지 못한 추위에 떨며 외쳤던 패딩조끼를 사야겠다.
아웃렛에 들러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추위를 막아줄 용품을 찾아봤다. 사람들도 갑작스러운 한파에 방한 용품을 사러 왔는지 아웃렛이 북적북적했다. 충동구매지만 잘 쓸 수 있는 물건을 사고 싶어 캐주얼 층을 열심히 돌아보았다. 그러다 귀여운 북극곰이 새겨져 있는 맨투맨을 발견하여 바로 구매했다.(귀여운 것을 보면 주체를 잘 못한다..ㅎㅎ) 이젠 정말 조끼를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돌아보던 중 누군가 나를 불렀다. 누구지? 하고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니 직장 동료가 있었다. 근처에 사는 건 알았지만 9개월 동안 만난 적이 없었는데 여기서 마주치게 되다니! 신기했다.ㅎㅎ 아들의 옷을 사러 왔다는 동료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동료를 마주친 이후 운 좋게 마음에 드는 패딩조끼를 만나 구매하고 바로 입었다. 흠, 한결 따뜻해졌다. 다른 옷도 좀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조금 더 민감해지고 두통이 올라오기도 해서 아웃렛을 빠르게 나왔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다*소에 방문하여 바지걸이를 샀다. 필요한 것을 다 구매하고 빠르게 집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이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호떡트럭. 나는 겨울철 간식 중에 붕어빵을 제일 좋아하지만 호떡도 좋다. 게다가 오늘은 어제 친구들과 먹은 버블호떡과는 또 다른 기름호떡이다. 게다가 언제 올지 모르는 푸드트럭이니 좀 여유롭게 사가서 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호떡트럭에 줄을 섰다. 호떡을 만드는 열기에 또, 새로 산 패딩조끼 덕분에 아까만큼 춥지는 않다. 기다리는 시간이 행복해서 광대가 눈과 가까워진다. 사장님께 부탁하여 하나는 종이컵에 받아 바로 먹고 나머지는 봉투에 받았다. 호떡을 먹으니 산책할 에너지가 생겼다. 집 앞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오늘 충동구매한 ‘맨투맨, 패딩조끼, 호떡’을 바라보며 ‘계획에 없었지만 나에게 행복을 주었으니 됐다.’고 생각하며 흡족해하는 쿼카였다.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