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다시 돌아 처음으로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이다.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병원은 두 개다. 첫 번째는 심리상태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신건강의학과, 두 번째는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먹으며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고 몸에 쌓여있는 울화(의사 선생님 말로는 이 울화가 몸에 쌓여서 두통과 구토감이 올라오는 것이라 하셨다.)를 배출하기 위해 가는 한의원이다. 한의원은 자주 오면 좋다 하여 시간이 되면 일주일에 두 번은 가는 편이다. 병가 들어가기 전에 동료들에게 침 맞는 것이 취미라고 했더니 ‘침이생활’이냐며 말장난을 하기도 했다. 지난주에도 두 번 다녀왔다. 오늘 가는 병원은 2주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가는 정신건강의학과이다.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지만 갈 때가 되면 괜히 긴장되는 곳이다.
예전 글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사실 지금 다니는 정신건강의학과는 10월 경에 바꾼 두 번째 병원이다. 작년 5월부터 다닌 첫 번째 병원은 집과 가깝고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돼서 선택했다. 중간중간 내원하여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오면 ’ 의사 선생님은 지금 내가 꾀병이라고 생각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어 병원에 가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내가 정신건강의학과를 잘 몰라서 그런가 하며 넘기기도 하고 옮겨야지! 하고 생각하다가 진단서가 필요한 상황이 생겨서 좀 더 다니게 되기도 하다가 1년 반이나 다녔다. 그러다가 올해 9월 1일에 심한 두통과 구토감을 느껴 선생님에게 진료 예정일보다 일찍 방문하여 증상을 이야기하자 좀 더 지켜보자고 이야기하셨다. 그래서 남아있던 약 1주 치, 새로 받은 약 2주 치를 합쳐 3주를 지켜보기로 했다. 지켜보는 3주 동안에도 두통은 계속되었고 구토감도 이유 없이 올라왔다. 진료일이 되어 3주간 관찰한 내용(두통 및 구토감에 대한 것)을 의사 선생님에게 말했다. 나는 3주간이나 두통, 구토감이 계속되니 좀 더 내 몸 상태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좀 예민하다 보면 두통이 자주 느껴지기도 합니다. 2주 더 지켜보도록 하죠.”
‘2주 더 지켜보면 5주인데..? 그동안 계속 아파야 하는 건가? 나는 지금 내 몸이 낯설고 이상하고 걱정되는데 왜 자세한 설명을 안 해주시는 거야?’
물어도 별 소용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알겠다고 하고 나오며 병원을 이제는 꼭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우선 새로 받은 약 2주 치를 먹으며 새로 방문할 병원을 찾아보았다. 같은 증상이어도 쓰는 약이 다르기도 하고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곳을 방문해봐야 한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선배(?)의 조언에 따라 이곳저곳을 알아보았다. 동료들이 다니는 병원도 이름, 진료 스타일 등을 확인해 보았다.(정신건강의학과 진료받는 동료들이 작년보다 더 늘어난 것 같아 슬프다,) 친척이 추천해 준 병원도 적어두었다. 흠, 병원 이름은 많아지는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웠다. 그래서 계획하는 것보다 그냥 저지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라인업을 짜지 않고 들은 정보들 중에서 가장 상세히 설명해 준다는 병원에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가보고 아님 그때 다음 병원을 정해 볼 예정이었다. 다행히 새로운 병원에서 진료받은 후, 다른 곳을 찾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나의 증상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었고(심리 기본 검사를 통해 기본 불안도는 낮은 편이나, 현재 불안도가 기본 불안도보다 높은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 증상의 원인인 것 같다고 설명해 주셨다.) 사용하게 될 약의 종류도 모니터로 확인시켜 주시며, 너무 졸리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 용량을 줄여서 사용하는 방법도 알려주셨다.
아직은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의 상태에 맞는 약을 사용하기 위하여 선생님과 항상 몸 상태에 이야기하며 약의 종류, 양을 조절해 가는 중이다. 선생님은 긴장, 불안에 따른 반응과 약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을 구분하여 설명해 주셔서 나도 내 몸 상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한 번은 이상하게도 너무 꿈을 많이 꾸고 이상한 꿈을 꿔서 ‘내가 스트레스를 이렇게 심하게 받나?’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약의 부작용일 수 있다며 증량했던 약을 줄여주셨다. 그랬더니 증량했던 때보다 꿈꾸는 횟수, 강도가 줄어들었다. 병원 진료나 상담이나 나의 몸 상태를 마주하고 힘든 이야기를 꺼내야 해서 체력을 많이 쓰지만, 내 몸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반응들을 잘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오늘이 다시 돌아 월요일이듯 사용하는 약이 안정되기까진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돌아 처음이지만, 비슷한 경험을 해 본 나는 좀 더 단단히 이 과정을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