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빨간 쿼카의 병가일지

EP.9- 다이내믹 듀오

by 볼 빨간 쿼카

오늘 하루는 병가 메이트가 있다. 바로 후배 A다. 후배 A는 교육대학교에서 내가 3학년일 때 1학년 새내기로 만났다. 그때 당시 나는 새로 생긴 후배 A의 과가 잘 지낼 수 있도록 돕도록 파견(?)을 나갔다가 인연을 맺었다.(교육대학교는 모두 초등교육과에 대한 내용을 배우고 초등교육과로 졸업하지만 ‘반’ 개념의 부전공을 선택하고 이를 특별히 심화하여 공부한다.) 그때의 인연으로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얼굴을 보는 후배 A(이후부터는 그냥 A라고 쓰겠다.) 다. 항상 먼저 연락해 주고 편하게 대해주어 덩달아 나도 편해지는 후배이자 친구다. 그런 A에게 병가를 앞둔 며칠 전 날 연락이 왔다. 병가를 내게 되어 자신만의 프로그램 ’ 찾아가는 퇴근길(이라 쓰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러 가는 것이다.ㅎㅎ)‘을 운영할 테니 시간을 내달라는 요청이었다.

“어…? 병가는 어쩌다 내게 된 거야?? 그런데 나 다음 주부터 올해까지는 퇴근할 일이 없는데 어쩌지…?”

후배가 병가를 냈다는 소식을 들은 내가 당황한 것처럼 A도 내게 물어보았다.

“엥? 왜요? 왜 퇴근할 일이 없어요?”

“나 다음 주부터 병가거든.”

“네?!?! 언니는 왜요??”

우리는 모두 서로의 소식을 듣고 놀랐다. 올해 교사의 고통, 버거움에 대해 많이 공론화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픈 사람은 더 많아졌다.

무튼 나와는 ’ 찾아가는 퇴근길‘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없어 ’함께 하는 여행‘으로 프로그램을 바꿨다.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바다를 보러 가서 새우를 먹기로 결정하여 14일(화)에 대부도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나의 소중한 오전 운동도 루틴도 지키고 싶어서 A에게 출발시간을 11시 30분 이후에 해도 될지 물어보자 흔쾌히 받아주었다. 그러다가 아예 요가를 같이 하고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지인 초대권이 있는데 해보겠냐고 물었다. 이 제안도 흔쾌히 받아주어 우리는 14일에 오전 요가를 하고 함께 대부도에 가서 점심으로 대하구이를 먹기로 정했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시간은 9시 50분, A에게 출발했다는 연락도 도착했다는 연락도 오지 않는다.

‘못 일어난 건 아닐까?‘, ’ 괜찮은 걸까?‘ 여러 생각이 들던 그때 A가 공동현관에서 우리 집을 호출했다. ‘잘 찾아왔구나. 다행이네.’라는 생각을 하며 준비해 두었던 짐을 챙겨 내려갔다. 오랜만에 만나지만 어제도 만난 것 같은 A, 그 편안함이 참 좋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가벼이 물으며 요가센터로 향했다. 오늘의 오전 운동은 ‘하타’다 선생님께서는 ‘이효리 요가’로 많이 알려진 요가라고 하셨다. 한 동작을 오래, 충분히 유지하며 그 자세에서 쓰이는 근육을 느끼고, 자세에서 돌아온 후 근육들의 잔상을 느껴볼 수 있는 설명도 덧붙여주셨다. 자신은 하타요가를 할 때 몸이 빨리 괜찮아졌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나의 회복에 관심을 두고 있는 나로서는 솔깃하는 요가였다. 오늘 첫 느낌은 좋아서 당분간 하타를 좀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A도 하타 요가가 마음에 들었다기에 같이 듣자고 꼬셨으나, 거리적 한계로 함께 듣지는 못하고 각자의 장소에서 수련하게 될 것 같다.

운동을 마친 우리는 대부도로 향했다. 오늘 드라이브를 시켜주겠다는 A 덕분에 나는 운전에 신경 쓰지 않고 바다를 구경하며 편히 있었더니 금방 식당에 도착했다. A가 식당 테이블에 놓여있는 새우 맛있게 먹는 법을 읽으며 새우를 맛있게 굽기 위해 중간중간 뚜껑을 열어 수분도 날려주고,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머리와 몸을 분리하여 잘라주고 익은 몸통은 접시에 놓아줬다. 운전도 했는데 이렇게 극진히 대접받아도 되는가? 하는 걱정이 되었지만 이 순간을 즐기기로 하였다. A가 구워준 새우, 새우머리 버터구이, 새우라면 중 하나도 빠지는 것이 없었다. 최고의 점심이었다. 극진한 대접을 받아 감동한 나는 점심값을 지불했다. 그러자 A가 커피를 사겠다고 하여 A가 찾은 뷰 좋은 카페로 이동하였다.

방문한 카페는 뷰가 정말 좋았다. 어느 방향으로 보아도 바다가 잘 보였다. 또 좋았던 것은 우리가 들어온 시간이 이용하시던 분들이 나가는 시간과 맞물려 우리끼리 카페를 대관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용하고 뷰 좋은 카페, 이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가 먹어보고 싶었다. 증상이 심해진 이후로는 커피를 잘 마시지 않고 마시더라도 디카페인만 마셨다. 방문한 카페는 시그니처메뉴를 디카페인으로 바꿀 수 없지만 오늘은 카페인이 있더라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곳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 헤비모카‘를 시켰다. 쫀쫀한 느낌의 크림이 마음에 들었다.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의 추억 속 사람들에게 전화하며 오늘 저녁 시간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힘든 와중에도 흔쾌히 시간을 내주는 친구도 있고, 일정이 되지 않아 다음을 기약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도 친구들과 통화하며 대학 시적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이야기하며 열심히 통화를 하다 보니(6명 정도와 통화한 것 같다.) 광대가 아프고 목이 건조했다. 하지만 기분은 참 행복했다.

이후에 시간을 내 준 친구와 저녁도 먹고, A차에 붙은 주차금지 스티커도 떼고(방문증 발급받고 앞에 두는 것을 깜빡하여 스티커가 붙어버렸다 흐흑 ㅠㅜ), 함께 택배 언박싱도 하고, 그중 하나는 조립제품이라 함께 조립도 했다. 정말 많은 것을 오늘 A와 함께했다. 하루에 다 일어난 일이 맞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래저래 하다 보니 추억 속 후배의 집에 초대받아 추억 속 후배들과 함께 가는 약속이 잡히기도 했다. 언젠간 이 집들이 이야기도 병가일지에 적히겠지 ㅎㅎ 12월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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